“고향에서는 꿈꿀 수 없지만, 여기에서는 꿈도 꾸고 현실로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죠.”
지난 2011년 고향인 양강도 혜산을 떠나 2014년 한국 땅을 밟은 제시(Jessie) 김은 20일 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Liberty in North Korea)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진행한 ‘탈북인에서 창업가로’라는 주제의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링크의 애드보커시 팰로우로 일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그는 이날 수십 명의 행사 참석자들 앞에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창업 아이템을 설명했다. 김 씨가 고향인 북한의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어보면서 북한의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자, 청중석에서는 ‘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는 “단지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북한 음식을 가지고 탈북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場)도 만들고 싶어서 북한 음식을 직접 만들고, 배우고, 같이 먹을 수 있는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북한 음식은 정말 너무 다양한데 여기(한국)에서는 한정적으로 알려져서, 여러 음식을 소개하고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끔 북한에 있는 지인들과 접촉할 때가 있다”면서 “지금 대학교 공부하고, 언제 미국에 가고, 지금 무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데, 고향에서는 이런 것들을 꿈꿀 수 없지만 내가 여기서는 꿈도 꾸고 꿈이 아니라 현실로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날 행사에는 현재 플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탈북민 전금주 씨도 자리해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에 관해 이야기했다. 현재 ‘더 플로리스트’라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전 씨는 사업을 더 확장해 브런치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라워카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앞으로는 브런치 카페도 하면서 플라워샵도 함께 하는 플라워카페를 생각하고 있어서 바리스타 자격증과 양식 자격증을 준비했다”면서 “지금도 가게에서 자격증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는데,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링크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한때 탈북난민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지만 이를 이겨내고 한국에 정착해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석길 링크 한국지부장은 “6월 20일이 유엔에서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인데, 이날을 계기로 한국에 온 북한 주민들을 통해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이들을 위해 잠깐이라도 응원하는 마음을 갖는 행사 만들고 싶었다”고 이번 행사를 개최한 취지를 밝혔다.
특히 박 지부장은 이번 행사의 주제를 ‘탈북인에서 창업가로’라고 정한 배경에 대해 “북한 사람들도 창업가 될 수 있고, 실제로 한국에서 창업하는 탈북민들도 많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하면서 본인의 삶을 풍부하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라는 새로운 사회에서 창업한다는 것이 탈북민들에게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뜻대로 회사를 차리고 성장하는 탈북민들이 많다는 것을 더욱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설립된 북한인권단체 링크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탈북민 구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17개 국가에서 330개 이상의 탈북민 구출팀을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3월 기준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의 탈북민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