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유엔인권위에 북한인권 서면의견서 제출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원칙에 대한 서면의견서(Written Statement)를 작성, 이달 11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이 단체 ‘평화군축센터’가 14일 밝혔다.

비록 ‘서면의견서’이간 하지만 그동안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참여연대>가 북한 당국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국제사회의 개입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재중 탈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이들에 대한 강제송환이나 처벌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각 국가와 민간기구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의 개입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월 말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북한정부 스스로의 적극적인 노력과 국제사회의 접근 허용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가 “북한 당국이 형법개정과 납북화해협력조치 등과 같은 긍정적인 조치를 실시해온 것에 대한 평가가 취약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의견서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개입 원칙에 대해 ▲분배의 투명성 보다는 무조건적 지원을 강조하고 ▲인권문제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해서는 안되며 ▲북한당국의 남북관계개선 노력과 전시행정에 가까운 형법개정을 인권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어 화해 협력을 통한 인권개선, 또는 인권문제를 남북관계의 하위변수로 보는 기존의 시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단체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간사는 “지난 60차 결의안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영아살해, 강제노동 등)가 등장해서 북한을 자극하는 형태의 인권위 결의안보다는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북한 당국의 진지한 노력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이 채택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스로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유발시키고 있는 미국이 인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면서 “북한인권법에 의한 탈북자 지원이라든지 시민단체 지원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어 매우 위험스런 행위”라고 밝혔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윤태 정책실장은 이러한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북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접근하자는 것은 결국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면서 “김정일 정권하에서 인권개선을 기대하기 보다는 북한 민주화라는 더욱 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대화와 압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16일 폐막한 ‘제6회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에 대해서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국가들에 대한 체제전복 활동을 지원해왔던 미국의 전국민주주의재단(NED)이 이 회의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왔으며, 미국 의회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이 대량탈북을 유도하고 이를 지원하는 민간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정치적 악용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아래는 <참여연대>가 유엔인권위에 제출한 서면의견서 전문

북한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인권문제가 외부로 알려지고 있고, 이 정보를 토대로 국제사회는 북한에 심각한 인권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 제59차, 60차 회의에서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고, 제60차 회의에서는 북한인권 상황을 검토할 북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하였다. 그리고 지난 2005년 1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우리는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특별보고관이 언급한 건설적 부분들(Constructive elements)과 북한 인권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맥락들(Underlying context), 시민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권리에 대한 구체적인 난제들(Specific challenge) 그리고 제언(Recommendations)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형법개정과 남북화해협력조치 등 북한 당국이 취해온 긍정적 조치에 대한 평가가 취약한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

우리 역시 북한이 인권보호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해왔고 또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이해함에 있어 내부적, 외부적 요인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인권보호 정책과 그 실현과정이 불일치하고 있으며 여전히 주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힘의 정치에 의해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적 협력에 역행하는 대결국면이 조성되는 경향을 크게 우려하는 바이다.

우리는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북한정부 스스로 적극적인 노력과 국제사회의 평화적 접근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체제 및 북한정부의 일부 정책이 북한주민의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북한주민의 인권상황 악화의 일차적 책임이 북한정부에 있는 만큼 북한정부는 인권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정부는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 스스로 인권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국제사회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인권상황의 악화가 주요하게는 북한의 체제적 특성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지만 외부적인 요인, 특히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의 필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탈냉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고립과 적대적 대결상태가 북한 인권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경제재제와 한반도에서의 군비경쟁은 북한 주민들의 안보권과 발전권을 제약해왔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탈냉전시대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북한을 깡패국가 또는 악의 축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북한인권의 진정한 개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역사적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에서 힘의 정치에 기반한 북한인권 문제의 제기는, 특정 국가가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일 수 있으며, 부적절한 개입은 오히려 인도적 재난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무하는 힘의 정치로 인해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의 조건에 대한 면밀한 이해 없이 한 나라에서의 인권개선을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균형잡힌 관심에 경의를 표하면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개입에 대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북한 인권을 고려할 때 생존권이야말로 인권의 가장 기본적 요소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 평화란 없다”라는 ꡔ브란트 보고서ꡕ의 지적처럼, 굶주림이 있는 곳에 인권은 없다.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이야기되어야 할 것은 북한인민의 생존권이다.

둘째,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구체적 대안 보다 자극과 대결을 조장하는 접근은 실효가 없다. 평화가 없는 상태에서 인권이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공존이 남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본조건이라고 믿는다. 그 동안 남북한은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 하에 한반도에서의 평화공존을 위한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북 인권을 구실로 북한 주민들의 대량탈북을 유도하고 있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세째,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개입의 원칙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유엔을 비롯한 각 국가와 민간기구 등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의 개입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정당한 개입주체에 의한 정당하고 평화적인 방법의 개입이어야 한다. 또한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은 보편성을 가져야 하며 특정국가, 특히 소수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선별적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네째, 우리는 유엔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권, 사회권, 발전권이 북한인권 논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권 개념의 확장과 함께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제[적 차원의 노력은 분명 인류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일방의 인권관을 잣대로 인권문제를 정치적 공격과 배제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균형감 있는 인권논의와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인권개선 정책과 인권대화와 나설 수 있도록 고무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북한인권에 관한 유엔인권위원회 논의에서 다음을 고려해줄 것을 제안한다.

첫째, 유엔인권위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지적대로 북한 인권문제 발생에 대한 대내외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접근은 종종 정치적 편의주의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이 북한의 반발을 야기하고 주민통제정책의 강화를 유도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유엔인권위는 식량배분의 투명성 요구뿐만 아니라 식량을 포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입의 시작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식량지원에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이후 북한이 겪은 심각한 식량난을 구호하는데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은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주민들에 대한 사회보장 시스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은 식량부족으로 인한 탈북자 양산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셋째, 유엔인권위는 인권의 모든 측면이 불가분성, 상호의존성을 갖고 있는 만큼 북한 인민의 자결권과 발전권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 내부의 정치경제정책 및 법․제도의 운용의 측면뿐만 아니라 동시에 국제사회의 협력 제공의 측면도 검토해야 한다. 지난 60년간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발전권을 제약해온 주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엔인권위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비감축을 촉구함으로써 한반도의 탈군사화의 조건을 마련해주고 북한의 개방정책 및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네째, 유엔인권위는 북한이 2004년 형법개정 등을 통해 ‘죄형법정주의’를 보완하고 상당수 범죄에 대한 형량을 완화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형벌을 완화해나가고 있으며 실제로 경제적 동기로 탈북한 이들을 경미하게 처벌하고 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유엔인권위는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 실상에 대해 보다 정확한 진위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결의안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했던 ‘강제노동’이나 ‘영아살해’가 실제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에서 교화의 수단으로 일반형사범에게 부과되는 노동 형벌과 결의안이 언급한 ‘강제노동’이 구분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유엔인권위는 재중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구제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을 이탈하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의무이기도 하다. 북한과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해 ‘이주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고, 인도적 동기로 북한을 이탈한 이들에 대한 강제송환이나 처벌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엔인권위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이나 일부 민간단체들의 무리한 기획탈북 시도가 오히려 탈북자들의 인권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