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실패 겪고도 개방 대신 자력갱생 주장할 텐가”

김정은이 기계설비 전시장을 돌아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습니다.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등 이번 당 대회에서 주요 요직을 준 숱한 간부들을 거느리고 자기 위세를 또 한 번 뽐낸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80마력 뜨락또르, 파종기, 5t급 화물자동차, 신형 버스, 5천t급 무역짐배 등 당 대회를 앞두고 만든 설비를 둘러보고 “정말 멋있다, 대단하다”고 김정은이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이걸 만드느라고 고생한 노동자들의 로고(勞苦)가 눈에 밟힙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자강력제일주의 타령을 또 해댔습니다. “전시장에 출품된 기계제품들은 자강력이 제일이며 자력자강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준다”며 “수입병을 뿌리 뽑고 완전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이기에 자강력을 들먹이고 게다가 수입병 같은, 말 갖지 않은 소리를 한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이번 당 대표들에게 선물로 준 판형 텔레비죤을 비롯한 수많은 선물용 물자들은 수입한 것이 아니고 자강력으로 만든 제품인지 먼저 묻고 싶습니다.

다른 간부들은 말고라도 김정은, 리설주를 보십시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 수입산 제품을 걸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고제품들입니다. 그 주제에 누구보고 자강력이요, 게다가 수입병 타령을 하는지 창피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들만 수입해 들여온 좋은 물건만 쓰겠으니 백성들은 자체로 생산한 제품만 써라, 이거 아닙니까.

자기 힘으로 자기를 든든하게 하는 자강력, 물론 나무랄 데가 없는 말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제시한 자강력은 예전에 김일성이 썼던 자력갱생이라는 말만 바꿨을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빈 구호입니다. 경제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강력 제일주의’를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세계가 북한처럼 자력갱생만 외쳤더라면 지금처럼 눈부신 과학기술이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고, 인민생활 향상은 어림도 없었을 것입니다. 서로 교류하고 상생발전하려는 세계 인민들의 피타는 노력과 땀이 있었기에 오늘날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북한이 자력갱생 정신으로 살아 온지 70년이 넘었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90년대 중반에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고, 그렇게 위대하다는 김정은 일가가 3대째 통치를 하고 있지만 전체 인민들은 이밥에 고깃국은커녕 하루 세끼도 잘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외부 세계의 기술을 따라 배우고, 전 세계와 무역을 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습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오류를 반복하게 됩니다. 김정은이 제시한 ‘자강력 제일주의’는 만능의 보검이 아니라 인민을 구렁텅이로 내모는 길이라는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