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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배우 차인표를 ‘착한배우’라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에겐 ‘용기있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추가될 것 같다.
배우에게 영화 흥행성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런 이유에서 영화배우에게 흥행과는 거리가 먼 탈북자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 참여는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북한을 소재로 했던 영화는 여럿 있다. ‘국경의 남쪽’,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북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상업영화의 성격에 충실했다. 하지만 ‘크로싱’은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담고 있다. 식량과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야만 하는 북한 동포들의 ‘리얼스토리’다.
차인표 씨는 9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부터 상업 영화배우라는 직업적인 자격으로 참여한 게 아니다”고 했다. 탈북자들을 생각하면 불쌍하고 뭔가 잘못돼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났다는 그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많은 분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 현재 탈북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현재 개봉 3주차인 ‘크로싱’은 60여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개봉 처음부터 확 타오른 일명 대박영화는 아니지만, 비상업적 성격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금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등에서 ‘크로싱 함께 보기 캠페인’을 펼치는 등 단체관람객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앨범도 발매될 예정이어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차 씨는 단기일에 깜짝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 10년 동안 5천만 명이 보는 영화, 007시리즈와 같이 전 세계인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길 희망했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평론가가)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나에겐 영화평론가들의 평보다 관객들의 소감 한 줄이 더 소중한 영화다”고 말했다.
북한을 생각하면 ‘통일’을 생각하게 된다는 요즘 청소년들, 하지만, 통일에 앞서 우리가 생각해고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탈북자, 독재, 인권, 폭력, 수용소, 공개처형 등 이 영화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물음들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지극히 잔잔하면서도 인위적이지 않게 눈물샘을 자극한다.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에 관객들의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다음은 영화 ‘크로싱’의 주연배우 차인표와의 인터뷰 전문]
-60만 관객이 넘어 섰다. 관객들의 반응을 어떻게 읽고 있나?
“내가 지엽적으로 받는 정보들에 의하면 보신 분들의 대다수가 두 가지를 느끼시는 것 같다. ‘북한의 상황이 저 정도로 안 좋은가’ ‘예전엔 몰랐었다’는 반응과 두 번째로는 ‘많이 울었다’, ‘슬펐다’는 반응이다.
눈물을 흘렸는데 슬픈 멜로드라마를 보고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다르게 표현하면 자기 형제나 어머니가 한 핏줄이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함께 울어주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소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영화 평론가들의 평가도 듣게 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평가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나에겐 영화평론가들이 평보다 관객들의 소감 한 줄이 더 소중한 영화다.”
-김 감독은 500만 명 정도가 영화를 본다면 북한에 대한 인식,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라 말했다. 아직 많은 관객들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은 없는가?
“그 부분에 있어선 김태균 감독님과 약간 생각의 차이가 있다. 현재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 63만 명의 관객들이 보았다. 만약에 나한테 관객 500만 명의 영화를 택할 것인가? 10년 동안 5천만 명이 보는 영화를 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지금 상업 영화 논리상 영화가 개봉을 하면 관객 수를 많이 잡아서 사회적인 붐을 일으켜 몇 백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 실천이 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거고 그냥 한 번 울고 말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는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단초 역할을 한 것이다.
앞으로 그럼 상황이 이런데 나는 이제 보았는데, 나는 보여줬는데, 너는 무엇을 할 것이냐. 그 모든 행동의 씨앗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관심을 주는 단계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많은 분들이 봐 줬으면 좋겠다. 007영화가 한 번 제작되면 전 세계적으로 3억 명 가량이 영화를 보는데, 난 크로싱이 전 세계의 3억 명 이상의 인구가 앞으로 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 많은 분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라든지 현재 탈북자들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차인표 씨가 이번 영화에 참여하는데 부인 신애라 씨의 독려가 컸다는데 부인의 평가는?
“시사회 때 내 옆에 앉아 영화를 관람했는데, 많이 울더라. 많이 울고 난 후 그 날 저녁 집에서 나에게 ‘남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얘기했다. (웃음)”
-이번 영화 출연을 계기로 앞으로 북한 현실을 담은 영화를 찍을 의향은 어떤지?
“물론 이번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탈북자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에 동참을 한 거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북한 관련 영화를 찍겠다는 계획은 서있지 않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일들을 매일매일 하면서 살아가는 게 나의 목표다.”
-영화로 북한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향이 일고 있다. 깜짝 반응으로 끝날 수도 있을 텐데..
“‘크로싱’이라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나 보실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다. 내가 찍은 영화를 봐줘서 감사한 게 아니라 결국은 어떤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영화인데 좌.우를 떠나서 남.북을 떠나서 한 핏줄인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 같이 이 문제에 한 번 관심을 갖고 봅시다’라는 의미에서 동참을 해주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말했듯이 모든 행동의 기본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라고 말하는 건 나한테는 자격이 없고 이 영화도 그런데 이용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에 크로싱은 영화가 아니라 정치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를 보신 개개인이 선택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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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영화에 대해 자신 없어 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가질 수 없고는 음…예를 들어서 이런 거 같다. 제가 상업 영화를 찍는 배우로서 이번 ‘크로싱’이 나에겐 7번째 작품이다. 그 전까지는 개봉까지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고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있다 없다’는 표현을 할 수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는 좀 틀렸다.
이 작품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부터 상업 영화배우라는 직업적인 자격으로 참여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참여한 것이다.
탈북자들이 불쌍하고 뭔가 잘못돼 있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고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그래서 참여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잘 보여서 뭔가 내가 부가가치를 얻어야 만하기 때문에 생기는 자신감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는 언론사나 기자들이나 심지어는 관객 여러분한테도 제가 잘 보여야 된다는 생각이 없다. 믿는 바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고 그래서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얼마만큼 영화를 볼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내 손을 완전히 떠났다. 이번에는 개인적인 욕심을 싹 비우고 작업에 임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탈북자청소년 여러분들, 대한민국에 들어와 정착해 와 있는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청소년 여러분들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하는 게 돈 많이 벌라는 게 아니라 유명한 사업가도 나와야 되고 배우도 나와야 되고 의사도 나오고 변호사도 나오고 자선사업가도 나오고 이렇게 본인들이 이 사회에 아름답게 제대로 정착하고 성공을 해야 2천3백만 북한주민들에게 희망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탈북 청소년들이랑 몇 차례 시사회를 같이 봤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를 선택하는 순간 지난 1년 동안 ‘데일리엔케이’를 비롯한 북한 관련 여러 사이트를 거의 매일 들어가 봤다. 탈북자분들의 수필이나 수기를 읽어보고 하다못해 탈북자 사이트에서 ‘사람을 찾습니다’를 보면서 이 사람은 어디서 누구를 찾고 있고 하는 내용을 읽었다. 탈북자분들을 직접 대면한 적은 제가 몇 번 안 되지만 1년 동안 이제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런 정보들을 많이 봐왔다. 그러면서 생각 한 것은 ‘대한민국에 목숨 걸고 왔는데 이 분들은 행복한가?’ 그리고 ‘(자기) 결정권이 없이 부모를 따라온 청소년들, 아이들은 행복할까’에 대한 의문이 생겼는데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 퀘스천마크(물음표)로 남았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이 탈북자 여러분들과 청소년들을 품는다는 것은 먹을 것을 제공하고 목숨이 위협을 당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말 표현 그대로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를 품듯이 아이가 상처를 당해서 왔으면 그 상처가 다 아물고 치유가 되고 회복이 돼서 정상적으로 기쁨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품듯이 이 분들을 내가 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에 이 분들을 내가 품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11살인 내 아들 정민이가 성인이 됐을 때 그 다음 세대에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된다. 같은 민족이고 핏줄인데 어떻게 될지…반드시 우리가 성인으로 있고 대한민국에서 중추적인 중년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세대에서 이들을 품고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정말 위로해주고 위로받고 민족이 화합하는 그런 역사가 벌어져야 되겠다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