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셰스쿠 최후가 오버랩되는 북한의 세습

북한의 3대(代) 세습 ‘쇼’를 보고 있자니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최후가 오버랩 된다.


북한은 10일 당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을 등장시키고 CNN방송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그의 공식 데뷔를 알렸다. 앞서 김정일의 북한은 44년 만에 노동당대표자회를 개최해 3대 세습을 공식화했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노동당 대표자회를 갑자기 소집한다고 하자 북한 주민들은 무언가 주민들을 위한 획기적인 것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당대표자회에 모인 대표자들은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하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임명하는 데 그리고 김정일을 총비서에 재추대하는 데 박수만 치고 돌아갔다. 당초 ‘김씨 왕조 3대 세습’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던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김정일에 대해 멈추지 않고 박수를 쳤다. 김정일은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며 만족스럽고도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동구가 개혁의 물결로 요동치던 1980년대 후반, 루마니아 역시 개혁을 거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대회를 소집했다. 1989년 11월 27일 개막한 14차 당대회에 100% 전원 출석한 30,308명의 대의원들은 차우셰스쿠의 재선출을 박수로 만장일치 채택했다. 차우셰스쿠는 당시 동유럽을 휩쓸던 개혁의 물결을 비웃으며 ‘루마니아 식 사회주의’를 강조했다. 부쿠레슈티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차우셰스쿠와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한다!”, “루마니아 사회주의를 사수하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구호를 외치며 차우셰스쿠를 찬양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차우셰스쿠의 몰락은 그로부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12월 16일 티미쇼아라에서 시위 군중들을 향해 발포한 차우셰스쿠는 보무도 당당하게 12월 21일에는 친정부궐기대회를 조직했다. 부쿠레슈티 광장에는 루마니아 공산당이 조직한 군중들이 운집했고, 군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의기양양하게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연설이 8분에 이를 즈음 누군가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순간, 현장은 일순간에 반정부 시위장으로 돌변했다. 그를 비난하는 군중들의 동요에 차우셰스쿠는 오히려 호통을 치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그는 연설을 중단하고 몸을 피신해야 했다.


대통령궁을 에워싼 군중의 성난 눈빛에 독재자는 부랴부랴 헬기에 몸을 실었으며 목적지도 없이 도망을 쳐야 했다. 그의 도피는 오래 가지 못했고 그로부터 3일 후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날, 도피처에 나타난 반(反)차우셰스쿠 관리들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약 50분간의 약식 재판만을 받고는, 병사의 12발 총탄에 총살됐다. 부쿠레슈티에서는 군중들의 물결과 함께 반차우셰스쿠 쿠데타가 발생해 일거에 권력을 장악하였던 것이다.


루마니아의 체제 붕괴는 동유럽 붕괴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것이었다. 루마니아에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달리 시민세력도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민중이 들고 일어났고 이는 붕괴로 직결됐다. 소련·동구 붕괴에서 유일하게 독재자가 처형되기도 하였다.


집권시기인 1971년 차우셰스쿠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은 나머지 김일성과 의형제를 맺고 그를 모방해 자신을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5만 명의 비밀경찰로 당과 군을 통제하는 공포통치의 서막을 열었다. 자신의 부인을 부총리에 임명하고, 둘째아들은 청년부 장관에 앉혀 후계자로 삼는 등 친인척 40여명이 정부의 요직에 두루 포진하는 ‘족벌안정체제’도 오늘날 김정일의 행태 그대로였다.


44년 만에 개최된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은 건강한 걸음걸이와 만면 가득한 웃음으로 김정은 세습체제를 선포함으로써 자신의 체제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건재함을 과시했다. 당대표자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환호하며 열렬한 박수를 쳤다. 차우셰스쿠 역시 동구가 개혁의 물결로 요동치던 시대의 극적 순간에도 그가 귀 기울인 것은 14차 당대회에 참석한 공산당 대의원들의 박수 소리였으며 조직된 군중의 환호였다. 그러나 진정한 루마니아인들의 민심은 잠재하고 있었으며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민중봉기로 분출하였고 차우셰스쿠는 초라한 도망자 신세가 돼야 했다.


자신의 마지막 연설에서 술렁이는 군중을 향해 호통 쳤던 차우셰스쿠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독재자는 자신이 몰락하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이 몰락하고 있는 줄 알지 못한다. 그만큼 인민과 괴리되어 있으며 그만큼 공포통치로 인민들의 겉모습과 진정한 마음을 분리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일가(一家)도 똑같다. 당대표자회를 지켜본 북한 민중들의 마음속에 진정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 그가 알리 만무하다.


어쩌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터져 나오는 순간까지…북한 민중들의 그 마음이 터져 나올 때까지 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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