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담 쟁점과 전망

북핵 6자회담이 중단 1년1개월여 만에 오는 18일 재개된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이번 6자회담의 성패는 미국이 제안한 북한 핵폐기의 초기 이행조치와 북한에 돌아갈 상응 조치 간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각국은 이번 회담의 목표를 북한의 초기 핵폐기 이행조치와 그에 대한 관련국의 상응조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문제로 사실상 압축했다. 이는 곧 미국이 이름붙인 이른바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안의 요체인 셈이다.

전체 핵폐기의 로드맵은 차기 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기간에 후속 회담을 열어 협의키로 하고 일단은 첫 도약에서 얼마나 멀리 뛸 수 있을 지를 협의하자는 데 관련국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힐 차관보가 지난 달 28~29일 북측에 제시한 초기 이행조치에는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핵 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요구사항을 북측이 수용할 경우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에너지 및 경제지원, 북미 관계 정상화 관련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반면 북한이 구체적으로 첫단계에서 어떤 핵폐기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11월28~29일 베이징 북.미.중 회동에서 건네진 미국의 제안에 뚜렷한 답을 내 놓지 않은 채 `정식 회담에서 이야기하겠다’는 입장만을 피력했기 때문에 차기 회담에서 북미 양국의 입장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들도 “회담을 계속 열 수 있는 여지를 확인해 다음 번 회담 날짜를 잡는 선에서 회담의 동력만 유지해도 일단 성공 아니냐”며 기대치를 높이지 않으려는 눈치다.

본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진지한 핵폐기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4단계 핵폐기 과정인 `동결-신고-검증-폐기’ 중 2번째 단계인 핵 프로그램 신고까지는 합의해야한다는 입장을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상응하는 보상조치와 관련, 미국은 북미 기본합의(제네바합의) 상의 `동결-중유제공’ 구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인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말해 2단계 조치라 할 핵 프로그램 `신고’까지는 이행되어야 보상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요구가 충족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모든 카드를 펼쳐 보이라는 핵 프로그램 전면 신고 요구를 초기 조치로 수용하려 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대북 요구사항을 핵시설 가동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등 2개항으로 좁히고 금융제재.국교정상화(북-미.북-일).경제 및 에너지 지원 등에 관한 검토회의의 설치를 제안했다는 언론보도 내용은 관심을 모은다.

중국이 북한이 넘어야할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최소한의 합의라도 이끌어내려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중재 속에 북한이 모종의 이행조치에 동의한다면 회담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합의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설 변수도 없지 않다.

북한이 핵군축 회담으로 6자회담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거나 10월31일 북.미.중 3자 베이징 회동에서 향후 워킹그룹을 설치해 해결을 모색하기로 한 방코 델타 아시아(BDA) 북한 계좌동결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는 등 관련국들이 수용키 어려운 요구를 하며 샅바싸움을 길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담에 복귀한 점을 내세워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른 제재는 물론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이후 각국이 독자적으로 취하고 있는 제재조치를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북한이 이 같은 선결 요구사항에 천착한다면 핵폐기 의지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회담 진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회담 재개 직전 주말인 16~17일 있을 각국간 사전협의 과정에서 북한이 이 같은 요구사항을 핵폐기 논의의 전제로 삼지 않도록 하는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란 점에서 특히나 관심을 모은다.

만약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고 핵폐기.대북 경제 및 에너지지원.관계정상화.금융문제 등 9.19공동성명 이행의 트랙이 정상 가동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북한 핵실험 국면을 넘어 지난 해 9.19공동성명 합의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회담이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난다면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는 가속화하고 미국은 다시 강경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북한대로 추가 핵실험 등 강경카드로 맞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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