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비핵·개방3000’ 연일 논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이루면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구상인 ‘비핵.개방3000’이 연일 토론회에서 논란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인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 소장은 13일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주최 토론회에 이어 14일에도 동북아공동체연구회 주최 토론회에 주제발표자로 참석, ‘비핵.개방3000’ 구상은 ‘조건론’이 아니라 ‘단계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 “북한의 비핵.개방 후 지원한다면 임기 내 정책이 추진되기나 하겠느냐”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 소장은 핵폐기 2단계가 완료되면 대북 인센티브를 밝혀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핵폐기 3단계가 이행될 때 북.미, 북.일 수교를 지원하며, 비핵화가 완료된 후에는 국민소득 3천달러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 상황과 국제정세를 감안한 “현실적” 정책이라고 역설했다.

서 소장은 또 이전 정부의 포용정책으로 남한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 바뀌고 대남 의존도가 커진 만큼 차기 정부는 이전 정부가 마련한 대북 지렛대를 활용해 남북관계를 주도해야 하며, 북한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론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토론에서 “핵을 포기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현 상황을 도외시한 것으로,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참 순진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는 데도 (북한이) 안 반아들였는데, 비핵.개방3000을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차기 정부가) 북한을 길들일 수단이 많은 것처럼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한번 붙어보자’는 대립 의식이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분석팀장도 “서 소장은 비핵.개방3000을 단계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핵화가 안되면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단계론이라기보다 북핵 이후를 겨냥한 조건.연계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한을 체급이 다른 권투선수에, 북한을 영양실조에 걸린 환자에 비유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북한의 체급을 키워주던가, 건강을 정상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의 곽승지 영문북한팀장은 “노무현 정부가 비핵.평화 정책을 병행한 결과 비핵에는 실패했지만 평화는 이룰 수 있었”던 데 비해 “비핵.개방3000을 연계.조건론으로 본다면 비핵이 안 되면 평화도 안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 팀장은 “햇볕정책이 북한의 대남 인식의 변화와 의존성 심화 등을 만들어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서 소장은 평가했다”고 상기시키고 “그렇다면 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4월 총선이 끝나야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나 “비핵화 이후 지원한다고 보면 이명박 당선인은 5년간 할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서 소장은 미국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처럼 주장했지만, 거꾸로 미국이 한국의 말에 귀를 기을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굳이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북한과 협의한 뒤 한국에는 부담만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 소장과 같이 인수위 자문위원인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핵.개방3000’을 긍정 평가했으나 “차기 정부가 남북관계를 갑을 관계로 보기 보다는 갑갑(甲甲)관계로 보는 것이 좋다”면서 “갑을 관계를 의식은 하되 을을 배려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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