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공략 박근혜 코너 몰려…’돌격 앞으로’ 이명박

19일 한나라당 통일외교안보 정책토론회가 열린 대전 평송 청소년수련원은 대선주자들의 설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대선주자들은 서로 공세와 반반, 재반박을 이어갔고, 후보 측 지지자들도 설전이 오갈 때마다 연호와 박수가 이어져 토론 진행이 자주 끊기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공세가 집중됐던 1, 2차 토론회와는 달리 박근혜 전 대표에게 타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가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주장하고 1, 2차 토론회 이후 소폭의 지지율 상승을 보이고 있어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토론회와는 달리 이 전 시장은 초반부터 적극적 공세를 취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의식한 듯 이전의 토론회의 여유로운 자세보다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저의 국가관이 180도 변했다고 의심하고 있다”면서 “점잖게 말한다면 (박 전 대표의 평가는) 오해다. 인터넷 상에 들어가면 저의 주장은 한결같다. 제가 고차원적으로 말해서 이해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이어 “저의 정체성은 변화가 없다”며 “박 후보가 ‘이 후보의 이야기가 아!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이해해달라. 논쟁할 이유가 없다”고도 말했다.

이는 서울시장 재직 시 ‘지금 정치권이 국가의 정체성을 두고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다가 현재는 현 정부의 국가 정체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표가 “180도 바뀐 것 아니냐”고 문제 삼자 이같이 답한 것.

원희룡 의원도 바통을 이어갔다. ‘7∙4 남북공동성명이 대북 포용정책의 연장선상’이라는 박 후보 홈페이지 문구에 대한 공격도 이어졌다. 원 후보는 “남북공동성명은 당시 남북 집권세력이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해 독재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했다는 게 정설인데, 이것이 포용정책의 일환이었다는 박 후보의 주장은 ‘금시초문’”이라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박 후보의 2002년 방북 당시 만찬사에서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원 의원는 “3항에 나와있는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우리의 ‘남북 연합’ 구상도 상통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가 “그건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답하자 원 후보는 “그 내용은 박 후보가 이행하자고 한 공동선언문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고 맞받아 쳤다.

쫓기는 이명박, 공격적 토론자세 보여

홍준표 의원은 ‘국가보안법 유지’를 주장하는 박 후보를 향해 “이미 국제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대로라면 방북 당시 박 후보는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만난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의 포로라면, 박 후보는 우파의 포로라는 말이 나온다”며 한나라당의 유연한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홍 의원은 또 BDA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북한에 물어봐라, 알 수가 없다”고 답하자 “아주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타후보들의 집중공략이 지속되자 박 전 대표도 초반 여유로운 자세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후반으로 갈 수록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와는 달리 이 전 시장은 시종 여유로운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시종일관 상대 후보 측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빈틈을 노려 충고하는 등 공세적 자세도 함께 구사했다. 지지율 1위에 대한 넉넉함을 보였던 1, 2차 토론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 2차 토론회에서 자신을 집중 공략했던 홍 의원에 대해서는 “자꾸 ‘무대뽀 공약’이라고 하시는데 ‘무대뽀’는 일본어에서 파생된 것”이라며 충고했다.

고진화 후보가 이 전 시장의 발언 때 연호와 박수가 이어지는 것에 “거북하다”고 말하면서 자제를 촉구하자 이 전 시장은 “외교 안보 분야에 당원들의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당원들도 열린당 후보와 섞여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조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네거티브 검증에 대해 언급하자 이 전 시장은 “이 자리는 정책 토론회 현장”이라며 “저는 대답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좌편향적 대북정책을 주장하는 고진화 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야유가 이어져 토론회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특히, 고 의원이 야유에 대해 “이런 행동이 우리의 집권을 막는다”고 즉각 대응하기도 해 한 동안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박근혜 캠프 측은 서로 자신들의 우위를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 진수희 대변인은 “과연 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잘 다룰 수 있는 지도자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토론회였다”며 “전쟁보다 치열한 세계 경제문제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이명박 후보뿐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측 이혜훈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대북정책도 경부운하처럼 단순한 희망사항을 무대뽀 공약으로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확실하고 명쾌한 질문과 답변으로 국가관, 대북관, 안보관에 있어서 준비되고 훈련된 외교대통령으로서의 컨텐츠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