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서 직접 차(茶) 제조해 마시고 판매도 하는 北 주민들

진행 : 지난 주말 눈비가 섞여서 내리더니 이번 주는 한반도에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럴 땐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으로 속을 따뜻하게 하면 추위를 녹이는데 도움이 되겠죠. 그래서인지 요즘 거리마다 커피 가게, 찻집들에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도 한국처럼 차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강미진 기자와 북한 주민들의 차 문화에 대한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북한 주민들이 즐겨 마시는 차,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네, 지난 주말 북한 국경지역에 있는 한 여성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최근 달라지고 있는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전화통화를 한 그 여성은 지난해에는 중국산 차를 사서 마셨는데 올해는 생강으로 차를 만들었더니 더 좋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차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문화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행사와 총화 사업들이 연이어 있는 연말에 북한 주민들이 한잔의 차로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진행 : 중국과 인접한 국경도시들의 경우에 아무래도 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텐데요. 특히 중국은 차 문화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잖아요.

기자 : 네,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과 맞닿아 있는 국경지역들에서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낯설지는 않다고 하구요, 또한 평양과 함흥 등 대도시들의 일부 주민들도 차를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강원도를 비롯한 일부 내륙 지역들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주민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는 부분이어서 듣는 즐겁지만은 않았는데요, 하지만 북한 내수 시장이 어느 정도 활기를 띠면서 새로운 문화들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진행 : 해마다 많은 행사와 동원으로 지친 주민들이 잠시나마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얼었던 마음을 녹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인가요?

기자 :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의 차 문화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던 것인데요, 다만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았다는 거죠, 저도 북한에서 살 때 대학 기숙사에서 늘 가시오가피 차를 마셨었고 집에서도 부모님이 즐겨 차를 드셨어요. 그러나 당시 저의 고향에서는 차를 마신다는 것을 신문화를 받아들인 가정으로 인식할 만큼 차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진 않았거든요, 일부 마을 주민들은 밥도 아닌데 물만 마신다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겠냐고 말들을 했지만 저희 집은 겨울이면 차를 끓이는 것이 보통일이었는데요, 90년대 식량난 이전까지 저의 집에서는 겨울이면 식사 후에 오가피 차와 오미자차를 늘 마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에 연락이 닿은 북한 주민들에게서 들은 것은 2010년대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된 한국의 커피믹스가 전국으로 유통이 되면서 중국산 커피도 북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덩달아 각종 차들도 등장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의 차 맛이 아직까지는 익숙지 않은 탓에 판매가 활성화되지는 않다고 합니다.

진행 :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좀 안정이 되어야 차 문화도 즐길 수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 네. 아무래도 생활이 어려운 가정들에서는 차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사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에 통화한 북한 양강도 주민에 따르면 간부들은 집에 손님이 오면 이름 모를 차를 권하기도 하고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주문도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고급스럽게 외국산 차를 마시는 간부들과 달리 일부 주민들은 아예 차 문화와 거리가 멀다고 합니다. 또 일부 주민들은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알뜰한 살림살이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평양의 한 간부 가족은 해외에 갔다 오는 선수단이나 무역관련 일꾼들, 그리고 유학생들을 통해 평양에도 여러 종류의 차들이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본인은 양강도에서 생산되는 들쭉 원액으로 과일차를 만들어 먹는 것이 더 좋아서 들쭉차를 즐겨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양강도의 한 여성은 겨울이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차를 온 가족이 함께 마신다고 했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싸서 즐겨 마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행 : 그렇군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이 집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마시는 오미자차와 생강차, 그리고 들쭉 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 북한 주민과의 통화에서 알게 된 것인데요, 생강차는 깨끗이 씻은 다음 물기를 없앤 후 얇게 썬다고 합니다. 그리고 생강이 잠길 때까지 꿀을 넣은 후에 한 달 간 상온에서 숙성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개인이 제조한 생강차는 시장에서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미자는 가을에 잘 말려 둔 것을 뜨거운 물을 붓고 오미자 색깔이 다 우러날 때까지 두었다가 사카린을 한 알 두어서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카린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설탕을 넣어서 마시라고 했더니 설탕을 사려면 또 돈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오미자는 사카린을 넣어서 마신다고 하더군요, 집 냉장고에서 몇 달째 보관되고 있는 설탕생각이 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도 간절했습니다.

그리고 들쭉의 경우는 열매 자체에 당분이 있어서 10도 이하의 온도라면 수개월 싱싱한 채로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 때에도 들쭉시럽으로 들쭉차를 만들어 마셨었는데요, 들쭉차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또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서 마셔도 좋답니다.

진행 : 그런데,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인이 만든 북한산 차들에 대한 특별한 위생안전 규정이나 단속은 없나 보군요?

기자 : 네, 북한의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개인제조 북한산 제품들에 대한 위생안전 규정이나 단속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당국의 지시로 식품위생에 대한 지시가 있을 때에는 전국에서 식품에 대한 검열과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북한 전역에서 시장상품에 대한 특별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어쩌면 생계활동을 하는 주민들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북한에서 개인제조 식품이 팔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 중반에 있었던 식량난 시기부터인데요, 지금까지 북한 전역에서 식품안정을 위한 특별한 조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내부 주민들은 전했습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에게 차 한잔이라도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더 추워진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면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전해주시죠.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800원, 신의주 4900원, 혜산 52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800원, 신의주 1850원, 혜산은 1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과 신의주는 8000원, 혜산 802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135원, 신의주 1095원, 혜산은 113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800원, 신의주는 13000원, 혜산 138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북한 평양 소식통은 지난주부터 북한 전체 지역에서 휘발유 디젤유 가격이 급하락했다고 전하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최근 중국 대표단이 방문한 뒤 지원을 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휘발유는 1kg당 평양 15400원, 신의주 15500원, 혜산 158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7900원, 신의주 7500원, 혜산 79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