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인플레 220만% 1000억불 지폐 등장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 양상을 보이던 짐바브웨의 물가 상승폭이 살인적이다. 올 들어 짐바브웨가 기록한 물가 상승폭은 220만%, 초 고액권 신규 화폐 발행만 벌써 8번째로 급기야 1000억짜리 짐바브웨달러(Z$) 지폐가 발행됐다.

지난 16일 기데온 고노 짐바브웨 중앙은행 총재는 “통계청이 제공한 수치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20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6만 4천 900%, 3월에는 35만 5000%, 4월에는 73만 2000%로 뛰어오르더니 6월에 이르러서는 220만%까지 치솟았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물가폭등에 따른 현금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000억짜리 짐바브웨달러(Z$) 지폐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짐바브웨가 초 고액권 발행을 결행한 것은 올해만 벌써 8번째다.

짐바브웨는 1월에 1000만Z$권,4월에 5000만Z$권을 발행했고 5월에 1억Z$권과 2억5000Z$를 추가로 발행하더니, 50억Z$, 250억Z$, 500억Z$를 이어 급기야 1000억Z$권 지폐까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짐바브웨의 경제는 이미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판단이다.

이 같은 물가상승의 주요인은 짐바브웨의 정치적 혼란 탓이다. 짐바브웨는 지난 3월 29일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야당 후보 모간 창기라이 후보가 47.9%를 득표해 무가베 현 대통령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수 득표에 실패함으로써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그러나 6월 27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현 무가베 대통령은 노골적인 선거 폭력을 행사했다. 야당 후보인 창기라이 후보는 말도 안 되는 사유로 경찰에 구금되는가 하면, 흉기를 휘두르는 민병대원들이 창기라이 후보의 유세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상황을 악화시켰다.

도를 넘어서는 선거 폭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창기라이 후보 역시 선거를 포기하고 네덜란드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야당 후보가 중도 사퇴한 반쪽짜리 선거에서 무가베는 85.5%라는 압도적 표를 획득하여 당선됐다. 이로써 무가베는 올해 84세의 나이로 6년간 임기를 연장, 34년의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

짐바브웨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해왔다. 아프리카 53개국의 협의체인 아프리카연합(AU)도 7월 1일 짐바브웨 사태와 관련해 여야가 대화를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AU의 ‘여야간 연립정부 구성 촉구’라는 어정쩡한 결의안이 짐바브웨에 영향을 미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에는 오마르 봉고 가봉 대통령(41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39년), 테오도로 오비앙 적도기니 대통령(29년), 호세 에두아르도 앙골라 대통령(29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27년),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26년)등 무가베의 28년 철권통치를 뛰어넘는 독재를 행하고 있는 나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AU의 결의안이 힘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효과적인 제재 결의안 통과에 실패했고, EU와 미국, 영국 등만 짐바브웨에 대한 독자적인 경제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당선으로 다시 6년간의 독재 연장을 보장받은 무가베는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최근 들어 수차례 야당과 대화를 진행하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0일에는 하일레 멘케리오스 유엔 짐바브웨 특사가 인터뷰에서 “여야 양측이 합의한 협상 초안이 존재”한다고 밝혀 향후 대화를 통한 정국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