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대선, 28년 장기집권 막 내리나

▲ 28년간 장기집권중인 로버트 무가베 현 짐바브웨 대통령

‘28년만의 평화적 정권교체’냐 ‘제2의 케냐처럼 선거후 유혈사태 확산’이냐. 짐바브웨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짐바브웨는 29일 9천여 개 투표소에서 대통령선거를 진행하고 개표를 진행 중이다.

당초 30일 오후에는 개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야당은 초반 개표 결과를 토대로 선거 승리를 선언한 후, 개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부정선거 획책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도 선위의 공식 결과 발표 전 선거 승리를 주장한 야당에 대해 ‘쿠데타’ 음모라며 몰아세우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27일 대통령 선거를 치른 후 선거 후유증으로 종족 간 유혈 분쟁이 발생해 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수십 만 명이 살인을 피해 고향을 떠난 케냐 사태가 재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1980년 이후 28년 간 권좌를 지켜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장기독재가 막을 내리는가 즉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달성하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거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 후보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다.

선거 직전 짐바브웨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간 창기라이 후보가 28.3%의 지지율로 현 무가베 대통령(20.3%)에 8.0%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야당 후보인 심바 마코니 후보는 8.6%, 무소속 후보인 랑톤 노웅가나 후보는 1%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짐바브웨는 50%를 초과하는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여론조사 3위로 나타난 전 재무장관 출신의 마코니 후보는 투표에 들어가기 전, 만일 결선 투표에서 창기라이와 무가베가 맞붙는 상황이 온다면 창기라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야권 후보들은 28년 장기집권 중인 무가베 대통령에게 경제파탄 책임론을 제기하며 국민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국민들도 야당의 주장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정권 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등록 유권자가 590만여 명인데 투표를 위해 인쇄된 투표용지는 900만장에 달했다. 수도 하라레의 한 선거구에서는 선거감시단이 8천 450명의 유령 유권자를 확인하는 등 각 선거구별로 선관위가 밝힌 유권자 수와 실제 등록 유권자 수가 다른 사례가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경찰과 군인, 외교관 등의 부재자 투표자 수도 실제 10만명 보다 6배나 많은 60만장에 달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글을 모르는 문맹자를 돕는다는 이유로 투표소에 경찰관 입회를 허용한 것도 투표 감시를 위한 것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짐바브웨 정부는 서방 공정선거감시단의 입국을 거부한 데 이어 서방 언론들의 대선 취재도 불허하고 있다.

현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과 경찰에 경계 태세를 발령했다. 부정선거가 확인될 경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 온 민심의 동요가 폭력행위로 폭발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은 개표 결과에 따라 케냐 유혈사태와 같은 선거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하는 경우에도 복잡한 상황이 예상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퇴역 보안군 장성들이 무가베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직 경찰청장조차 “서방의 사주를 받은 꼭두각시들이 짐바브웨를 통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한반도의 약 2배 크기인 39만 757㎢의 면적에 1천 31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 덕분에 아프리카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나라다. 그러나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짐바브웨를 통치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사회주의를 흉내 낸 무가베의 지나친 반(反)서방 노선은 짐바브웨를 고립과 가난, 정체의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무가베는 지난 2000년 백인 소유 농장을 몰수하는 극단적인 농지개혁을 단행하며 흑인들에게 백인 농장주를 공격해도 좋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극심한 혼란을 가져왔다. 백인 농장주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농장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났으며 백인들이 떠난 농장은 농업생상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황폐화되어 갔다.

짐바브웨의 실업률은 무려 80%. 국민 대다수가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 올 1월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만%를 넘어서 경제는 이미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은 짐바브웨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2년 480달러에서 2005년 340달러로 후퇴했다고 밝혔다.

무가베의 부패와 무능, 섣부른 사회주의 정책이 짐바브웨의 경제 파탄을 가져왔다는 야당의 주장에 맞서, 무가베는 서방이 원조를 중단하고 경제 제재를 감행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강경한 반서방 전략을 펼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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