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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세력 對 과거세력의 싸움이다.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를 버린 가장 큰 이유는 과거사 문제 등 잘못된 4대 입법과 법치와 시장을 무시한 행태였다. 여기에 한미동맹 약화와 외교안보 대북정책의 잘못이 곁들여져 노무현은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어느 역사적 시기이건,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과거회귀 현상’이다. 과거가 아무리 멋있고 영화(榮華)로웠다 해도 과거회귀 현상은 싫어한다. 특히 ‘지금 현재’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취업과 고용 안정성에서 불안할수록 국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되어 있다.
이같은 현상은 또 세대를 넘는 공통성이 있다. 젊은 세대는 원래 미래지향적이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10대, 20대가 환타지 소설, 게임, 영화에 빠져드는 심리적 배경도 지금의 대입 스트레스, 취업스트레스가 주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잠시라도 괴로운 ‘현재’에서 벗어나 ‘더나은 미래’로 가보고 싶은 것이다. 환타지 소설, 게임, 영화 등은 시간적 배경이 대부분 미래로 설정된다.
나이 든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사회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아들 세대, 손자 세대가 자신의 세대보다 더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과거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과거를 바탕으로 해서 아들 세대, 손자 세대가 더 나은 미래로 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이 해놓은 과거를 부정하지 말고, 이어서 발전해가라는 의미이다. 미래 지향성은 모든 세대를 초월한 특징인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고, 과거를 후벼파는 데 신경써온 노무현 정부가 거의 모든 세대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진 당의 이름을 ‘미래창조민주…’ 운운하는 식으로 갖다붙인 것은 그나마 약간의 정치 잔머리는 굴릴 줄 안다는 뜻이다.
선거는 ‘미래’를 말해야 이겨
그렇다면, ‘미래’만 이야기하면 무조건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딸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현재를 잘 ‘관리’하면서 미래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현재 관리’란 현실적으로 법치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놈의 헌법’과 ‘평균주의 꼴통 사고방식’으로 법치주의와 자유경쟁의 시장질서를 무시했다.
노정부는 더 나은 미래도 말하지 않고 법치와 시장마저 무시했으니, 현재와 미래를 모두 무시한 셈이다. 이러고도 점수를 딸 것으로 기대했다면, ‘정치 지능지수’가 거의 침팬지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이것은 무슨 보수-혁신 간의 모순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정치의 기본특징을 몰랐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실력 없는 ‘정치 날라리’들이다.
이명박, 박근혜가 왜 지지율이 높을까. 노무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답은 ‘틀리지 않는 답’이지, 맞는 답은 아니다.
‘맞는 답’은 무엇인가? 이명박은 미래지향성에서 노무현보다 월등히 우월하다. 즉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노무현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는 현재를 관리하는 능력, 즉 법치와 시장 관리의 면에서 노무현보다 훨씬 안정적인 인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인기가 높은 것이다.
그러면 미래 지향성과 현재의 관리능력 중 어느 것이 더 국민에게 어필할까?
이 대목에서는 보수적 성향과 혁신적 성향, 세대간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둘 중 무엇이 더 어필할 것인가를 따지면 지금 시기는 미래 지향성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것이 지금 이명박, 박근혜 양자간에 나타나고 있는 지지율의 차이다.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미래 지향성에서 앞선 이미지를 가진 것이 최대의 강점인 것이다.
그래서 오는 19일 한나라당 경선 후 만약 ‘이명박 후보, 박근혜 선대본부장’ 조합이 된다면, 즉 ‘이명박근혜’ 카드가 된다면 97년 DJP(김대중-김종필) 조합보다 훨씬 견고한 필승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조순형의 법치주의와 손잡으면…
한편, 손학규의 경우는 어떤가. 손학규에게는 풀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확실한 미래 지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미래 지향성’의 핵심은 안보(대북문제)가 아니라 경제다. 즉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수 있는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는 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이 대목에서 이명박을 추월하기 어렵다.
두번째 과제는 과거와의 단절이다. 손학규 진영이 맨먼저 들고 나온 것이 선진 평화 미래 등등의 단어였다. 그래서 최근 그는 5.18 광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미래로 가야한다는 발언을 한 것 같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다. 이를 부정하면 꼴통이다. 동시에 5.18에 계속 얽매이는 사람도 꼴통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발언을 비판한 정동영 천정배 등은 지금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꼴통’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손학규가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려면 건너야 할 강이 있다. 그것은 DJ다. 손학규는 DJ의 덕을 보려하는 것 같다. 그러나 DJ가 아무리 미래와 평화 등을 말한다해도 그는 과거 사람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가 전략적으로 제휴해야 할 사람은 정동영(DJ 아류), 이해찬(노무현 아류)이 아니라, 反DJ의 조순형이다.
조순형은 DJ를 무조건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DJ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순형은 지금 범여권 지지율 2,3위를 달리고 있다. 反DJ 효과다. 앞으로 조순형은 DJ를 비판하면 할수록 일정 수준까지 지지율이 더 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DJ-노무현 10년이 정말 지겹기 때문이다. 이 지겨운 10년을 때리면 때릴수록 국민들은 시원해한다.
조순형의 이미지는 ‘법치주의’이다. 법치주의는 현재를 잘 관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이미지는 진보와 혁신으로 비쳐지는 손학규에게 결정적인 보완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시장질서에 충실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좋은 경제정책이 나온다면 손학규-조순형, 즉 ‘趙-孫카드’는 안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 조합이 된다.
DJ-노무현은 분명한 과거세력
이 조-손 카드는 (자신은 ‘진보’이므로) 한나라당은 무조건 싫고, 그렇다고 아직은 ‘배신자’ 이미지가 강한 손학규를 바로 지지하기도 그렇고, 정동영 이해찬 천정배 김혁규 등은 웬지 그 나물에 그 밥 같고 또 균형이 잡혀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안정속의 진보’를 원하는 ‘反한나라 지식인’들, 즉 범여권 여론형성 계층에게 먹혀들어갈 수 있는 카드이다. 또 일단 反한나라 지식인들에게 먹혀들어가기 시작하면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히 빠르게 전파된다.
무엇보다 오충일 신당(사실은 ‘당 세탁’임을 국민들은 다 안다)이나 노무현당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을 열댓번 해도 이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그저 ‘안보에 도움되었다’ 정도에 그칠뿐 ‘확실한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해준다는 미래 지향성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순형은 앞으로 과격한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특유의 바른 말을 계속하면 일정 수준 안에서 지지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다. 그중에서도 DJ를 바르게 비판하면 할수록 지지율은 더 오르게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정말 DJ를 비판하고는 싶은데 주변의 눈치를 보는 호남-충청-서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순형이 올바른 각도에서 비판만 해준다면 DJ로부터 벗어나려는 유권자들에게 ‘反DJ’의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학규이다. 만약 손학규가 DJ를 버리고 조순형 카드를 잡으면서 확실한 선진 미래 비전을 내세울 수 있다면 지지율 20%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선거에서 확실한 보수와 확실한 혁신은 불리한 편이다. 현재를 잘 ‘관리’하면서 미래의 ‘진보’를 확실히 제시하는 쪽이 대체로 이긴다. 만약 조-손 카드가 성립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40%대의 박빙 승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손학규가 이 길을 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손학규는 아직 DJ와 손잡는 것이 좋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DJ-노무현은 이미 역사의 강물에 떠내려 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는 미래세력이고, DJ-노무현이 과거 세력임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민심은 이미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정치인들만 그것을 못보고 있다. 쉽게 보면 될 것을 자기 욕심 많은 정치인들은 일부러 판세를 어렵게(?) 보는 것 같다.
결국 ‘이명박근혜’ 카드가 이번 대선에서 시대 흐름의 행운을 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