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그대들의 심장은 왼쪽에서 뛰는가?

▲ 만경대를 방문한 민노당 대표단<사진:연합>

일전에 평양출신의 한 탈북 청소년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는 부유층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평양 중심가의 중학교에 다녔는데, 자기 반에 항상 놀림을 받는 ‘왕따 소녀’가 있었다고 한다.

이유인즉, 그 반 학생들의 부모들은 거의 모두가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조선노동당원들인데 ‘왕따 소녀’의 아버지는 이상한 당 이름을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천도교 청우당. 급우들은 그 소녀를 보면 “청우당 청우당, 맹꽁이당 맹꽁이당”하고 놀렸다고 한다.

어린 소녀의 자존심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그래서 이 소녀가 급기야는 ‘큰 일’을 쳤다. 한번은 김일성이 자기 학교를 방문했는데, 불쑥 김일성 앞에 달려간 것이다. 그리고는 “수령님 저 소원이 있습니다!”하고 당돌하게 외쳤다.

놀란 김일성이 무슨 일인가 하여 소녀에게 소원을 물으니 자기 아버지를 노동당에 받아달란다. 더욱 어리둥절해진 김일성이 큰 눈을 꿈뻑거리며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옆에 있던 담임선생이 새빨개진 얼굴로 김일성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제서야 사정을 이해한 김일성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더란다.

“애야, 나는 당원 100명과도 네 아버지를 바꾸지 않을 테다. 네 아버지는 더 영웅적인 일을 하고 있어.”

이것이 바로 북한의 우당(友黨)이다. 김일성이 당원 100명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우당에 대한 존중의 뜻일까? 아니다. 그 역할 때문에 ‘더 영웅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바로 북한에도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포장재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실 천도교 청우당이든 조선사회민주당이든 우당 명함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전부 조선노동당원이다. 부모 자식에게도 신분을 숨기면서 일하는, 당원 가운데 핵심당원으로, 대남 및 대외 통일전선사업을 담당한다. 원래는 한직(閑職)이었으나 대남교류사업이 왕성한 지금은 ‘손 안대고 코 푸는’ 주요 외화벌이 원천기지로 각광받고 있을 것이다.

민노당, 좌파정당 맞나?

이런 우당 사민당을 지금 남한의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야당’이라며 만나고 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가운데 10% 정도가 사민당과 청우당 출신이라는데, 희한한 것은 비록 강제동원되긴 했으나 북한에서 수 차례 형식적 선거를 하면서도 북한주민 가운에 사민당과 청우당 출신 후보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모든 선거가 단일후보이다 보니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표소에 들어가 그냥 찍고 나오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다면 우당 후보가 출마하는 선거구엔 노동당이 알아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북한의 우당들은 노동당과 사전 협의를 해서 모든 선거구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일까? 민노당은 이번에 이런 것이나 사민당에게 묻고 왔으면 한다.

여하튼 김일성이 ‘노동당원 100명과도 안 바꾼다’는 ‘영웅’들을 지금 민노당은 만나는 중이다. 이른바 진보정당이고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면서 인민을 노예처럼 부리는 북한의 ‘사쿠라 사회주의’에 대해서는 일절 말하지 않으면서 ‘좌파적 양심’을 내던져버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그렇다 치자. 그렇더라도 ‘사쿠라 사회주의’를 ‘우리식 사회주의’로 치장해주는 부역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

아직도 양심이 남아있는 좌파라면 민노당 지도부의 이런 비양심을 분명 지적해 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노당 인터넷 게시판 어디를 둘러봐도 지금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 진정 그대들의 심장은 왼쪽에서 뛰고 있는가.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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