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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진실화해위)가 귀환납북자 4명이 북한에서 받은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가기관이 납북자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환납북자 이재근, 진정팔, 고명섭, 김병도 씨 등 4명은 2006년 1월 국가인권위와 진실화해위에 북한의 조선 노동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2000년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고문을 당했다며 남측에 고소장을 보낸 것에 맞서 맞고소장을 제출 한 것.
이영조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진실∙화해위 기본법 2조에 의해 납북자들의 피해 사례 등은 조사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의 요청을 각하시킬 명분이 없다”면서 “북한에 의해 납북된 것과 상관없이 기본법에 의해 납북자들은 조사대상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사는 북한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경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면서 “조사과정에서 확신을 충분히 할 수 없거나 믿을 수 없을 경우 그에 해당하는 ‘판결 불능’이라는 결과를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다른 사건이 많기 때문에 납북자들에 대한 조사개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사가 끝난 다음에는 ‘조사 결과에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 사항 등을 제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북한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는 조사대상이 아니다”며 납북자들의 진정을 각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국가인권위와 진실∙화해위가 만들어진 이유가 다르며 진실∙화해위는 기본법에 충실할 뿐이다”면서 “인권위의 결정과 상관없이 납북자들에 대해 조사를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1월에 귀환한 최욱일 씨에 대해서는 “최욱일 씨는 신청접수가 되지 않았고 접수 기간도 끝났다”며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것임을 시사했다.
진실∙화해위는 18일 귀환 납북자 이 씨 등에게 보낸 통지서에서 “북한 당국에 피해를 당한 사건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 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으로 진실규명 범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근 씨는 “북한이 납북자는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에서의 납북자들의 인권침해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국가인권위가 각하 결정을 내린 반면 진실∙화해위가 조사 결정을 내려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가기관에 의해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 등이 밝혀져 납북자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고통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북한 당국에 납북자를 송환하라고 강력히 이야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