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NGO들, 이제 얼굴 붉힐 때가 되었다

김정일이 핵보유를 선언하였고 지금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정말 핵실험을 할 것인가 아닌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핵실험을 준비할 것인가, 아닌가는 얘기할 필요조차 없다. 실제 핵보유가 목적이든, 벼랑끝 협상전술이든 핵실험 준비는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잘못되어 있다느니, 핵실험 준비설은 어떤 나라의 검은 의도일 것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고 그런 글이 버젓이 일간지에 실리기도 한다. 모든 일에 의심을 해보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지금 이런 이야기는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딱하다.

김정일의 핵모험, 진보 NGO들 어디로 갔나?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김정일의 2월 핵보유 선언에 대해 협상용이라며 과소평가하던 정부당국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안 것 같다. 김정일에게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는 또 그들 나름대로 부산하다. 물론 김정일이 가장 바쁠 것이다. 이 게임에 가장 큰 판돈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거대한 룰렛게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한국의 ‘진보적 NGO’라고 일컬어지는 분들이 그들이다.

2004년 2월 23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여성운동연합 등 60개 단체는 핵문제에 대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 진전된 협상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 반면 미국은 협상가능한 방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 미국은 북한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 북한의 자백을 강요하기 앞서 —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진보적 NGO의 주장은 이제 파산되었다. 그들의 주장을 한순간에 파산시킨 것은 다름아닌 김정일이었다. 플루토늄 추출방식이든, 우라늄 농축방식이든 그는 핵을 개발했고,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플루토늄 추출방식으로 했다면 90년대부터 줄곧 거짓말을 해온 것이고, 우라늄 농축방식으로 했다면 DJ와 클린턴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부시의 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말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어느 경우에라도 김정일의 핵보유와 핵실험준비는 그동안 ‘진보적 NGO’의 주장을 초라하게 만든다.

NGO들의 세 가지 예상 행로

그이들의 침묵은 당연하다.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은 침묵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침묵의 결과이다. 세 가지 결과가 예측된다.

첫째, 가는 김에 계속 가는 방식이다. 왜 김정일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는가, 미국 때문이 아닌가. 이러면서 계속 김정일을 변명해주고, ‘반미’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그것이겠다.

둘째, 양비론의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너도 나쁘고, 너도 문제가 있으니, 한발씩 물러나라! 이런 양비론적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셋째로는 각종 국제협약과 남북 비핵화 선언을 파기한 책임, 핵무기 개발 관련하여 그동안 수없이 해온 거짓말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며, 김정일에게 경고해 나서는 방식이 있겠다.

이제는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다오

침묵의 결과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각 NGO의 자유다. 다만 NGO의 성과가 유실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라는 필자이기에 한 말씀 드린다.

김정일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은 김정일과 그 측근들이다. 김정일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이들은 그들을 제외한 모두다.

이 위험한 게임의 끝은 매우 명쾌하다. 다만 게임의 끝으로 가는 경로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 NGO가 여전히 시민들의 사랑을 유지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진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북녘 동포들에게 규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세살박이 아이도 알 일이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너무 긴 침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용감하고 솔직하게 넘어서야 지워지는 까닭이다. 과거의 글을 반성적 성찰없이 어떻게 지울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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