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北 3대세습 팔짱끼고 구경만 할 건가?”

북한 당대표자회가 이틀이 지났지만 북한의 권력 3대세습에 대해 좌파단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천안함 조사결과 조작 시비를 주도하며 정부를 비판해온 참여연대도 3대세습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이 ‘3대세습 왕조 규탄’ 성명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좌파 매체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어조의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의 신랄한 비판과는 한참의 거리가 있다. 이러한 어중간한 침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강대 손호철 교수가 30일 ‘진보진영이 북한 민주화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글을 프레시안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손 교수는 “3대 세습은 엎질러진 물이 되어 가고 있고 이 같은 북한의 시대착오적 선택에 대해 진보진영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진보진영이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낯부끄러운 3대 세습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시선이 진보진영에까지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명환에 대해 거품을 품으며 비판을 하면서도 그보다 백배는 더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옹호하는 이중 잣대를 벗어나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확실하게 비판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물론 3대 세습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 노선을 포기하고 이명박 정부 식의 냉전적 노선을 택할 필요는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탈냉전의 햇볕정책을 계속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 노선과는 별개로 반역사적인 왕정식의 세습정치는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세습과 같은 북한 지도부의 반역사적 행태를 비판하는 것은 ‘반김정일’일지는 모르지만 ‘반북’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반역사적 행태에 의해 억압받는 다수 북한 민중을 사랑하는 진정한 ‘친북’이다”고 말했다. 또한 “권력세습 비판을 반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유신체제 비판을 반독재, 반정부가 아니라 ‘반한’으로 몰고 갔던 군사독재의 공안논리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이 같은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으나 몇 년 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듯이 북한의 문제는 더 이상 사르트르의 논리에 기초해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미 용인의 수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진보진영은 북한의 반역사적인 왕정식의 세습정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보적인 북한 민주화운동은 일차적으로 이의 진정한 주체인 북한 민중 스스로가 민주적 역량을 육성하고 힘을 가질 수(empowerment)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