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은 이념정치 `고질’ 치유에 도움”

김 덕 전 부총리는 20일 “진보 세력의 집권은 이념 정치의 고질 치유에 도움을 준 발전적 계기였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정치학회 등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국제학술회의’ 기조 연설을 통해 “헌정 체제에 긍정적 발전을 제약해 온 이념 정치의 흐름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진보 집권 10년의 경험은 진보 세력의 윤리적 프리미엄 상실과 권력 현실 적응을 불가피하게 만든 계기였다”며 “북한의 인권.핵 문제라는 차가운 현실의 벽 앞에서 민족화해 논리에 호응하는 열기가 냉각되고 10년 집권 결과가 선거 참패로 나타난 것은 정치 태도 변화의 큰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질없는 이념 대결보다는 현실적인 정책 경쟁이 대안이라는 새로운 인식은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각성”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 정치의 아킬레스건인 갈등의 이념 정치가 퇴색하고 정치적 프래그머티즘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토론에서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각 정권이 이전 정권에 대해 단죄의 칼을 휘두른 `배은망덕’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각 정권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유형을 표방하고 나서 민주주의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했고 이에 따라 인권 존중, 투명성 제고, 다원성 인정 등의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절 논란과 관련, 이완범 한국중앙연구원 교수는 “영토 지배라는 관점에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볼 수 있지만 정부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으므로 1919년을 기점으로 보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며 “여러 주장을 폭넓게 진전시키는 것이 다원주의의 장점”이라고 했다.

오일환 한양대 교수는 IT(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직접민주주의 가능성에 대해 “쌍방향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정치 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고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크게 확장했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그러나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참여의 폭발은 `대중에 의한 폭민정치’를 촉발함으로써 오히려 정치 지체 현상을 발생시키고 있고 `광우병 파동’ 때와 같은 `거리의 정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중앙연구원 소속의 우친엔(吳親恩) 연구원은 “여러 개로 나뉜 정당 체제는 정책 결정에서 특수 이익을 가진 거부권자의 숫자를 늘려 포괄적인 정책결정을 어렵게 만든다”며 “이런 민주주의 내재적인 결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정당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선거 제도 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북아의 미래에 대해 데니스 맥나라과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 중국, 일본이 갖는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연속성에 따른 이득은 개방적인 지역적 역동성을 작동시킬 것”이라며 “통상과 혁신을 위한 이들 국가간 협력은 결국 공동체 형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시더(金熙德) 중국사회과학원 부소장은 “한국, 미국, 일본의 남방삼각과 중국, 북한, 러시아의 북방삼각의 6자 구조는 이 지역 국제 질서의 미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의 주변 강국과의 우호는 남북화해의 길을 만들어내는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조언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