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인사에 ‘정책자문’ 받겠다는 류길재 통일장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체계화하고 중·장기 통일청사진을 그리게 될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15일 발족하면서 본격 가동됐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할 통일부와 통일연구원은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통일부는 정책자문위원 임명에 통일연구원은 신임 연구원을 채용하면서 상당수의 보수적 성향 인사들은 배제하면서 대신 박 정부의 ‘보수 코드’와 맞지 않는 진보성향의 인사를 그 자리에 채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는 정책자문을 위해 통일정책, 교류협력 등 6개 분과에 외부인사 74명(통일부 홈페이지 게시)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는 2012~13년 정책자문위원 103명보다 29명이 줄었다. 정책자문위원 임기는 1년이다.

자문위원 74명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지난해 9월 임명돼 다음달 말까지 자문역할을 하게 된다. 류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정책자문위원 임명에서 보수성향의 상당수 위원들이 ‘물갈이’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장관 취임 후 임명된 정책자문위원 74명 중 중도나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위원은 대략 30여명 정도로 전체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정책자문위원에 임명된 40대 대부분은 진보성향으로 보수성향 위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에서 배제된 한 인사는 데일리NK에 “보수 목소리를 내는 위원들이 어쩌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통일부가 진보성향 인사를 자문위원으로 끌어모으고 있는데,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통일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구원에서 새롭게 채용한 신임 연구원은 7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신임 연구원들의 성향은 7명 중 4명이 진보성향, 3명이 중도성향이다. 보수적 성향의 신진 연구원은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이다.

통일부는 그동안 남북대화나 남북화해협력를 주 업무로 해왔다. 통일연구원도 이 같은 업무를 연구하는 데 많은 비중을 쏟았다. 그렇다보니 남북대화·화해협력을 주장하면 ‘통일론자’, 반대하면 ‘반(反)통일론자’로 인식돼 온 것이 현실이다.

통일부나 통일연구원이 여전히 이 같은 업무에 치중하고 이러한 성향의 인사들이 포진해 있으면서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줄이고 진보 인사들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보수정권 하에서 대북정책이 ‘좌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적 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분단 상황에서 남북화해협력이나 남북대화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체제를 극복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박 정부의 ‘통일대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수립·이행해야 하는 통일부와 통일연구원이 진보성향의 인사들을 지속적으로 정책자문위원이나 연구원을 증가시킬 경우 ‘통일대박’ ‘드레스덴 구상’의 추진 동력은 상실할 것이라고 보수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前) 통일연구원 출신 한 관계자는 “통일부나 통일연구원이 남북대화와 교류협력를 주 업무·연구하는 기관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장기적인 통일정책을 자문·수립할 수 있는 위원이나 연구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부나 통일연구원이) 이런 저런 사람을 섞어 ‘구색맞추기’를 하다보면 통일된 정책이 나오기 쉽지 않고 정도로 갈 수 없게 된다”면서 “진정한 한반도 통일을 이루려면 통일전략을 연구하고 자문하는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칭에서 ‘통일’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