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당사를 향해 ‘천배’를 마친 최 대표의 온 몸은 땀으로 젖었다. 단거리를 전력질주 한 마냥 숨소리까지 거칠다. 잠시 숨을 고른 최 대표를 만나 관중 없는 ‘천배’를 결심한 이유를 들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할 때는 많이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최 대표는 “진보신당 당원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면서 “글로 쓰는 것은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진정성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어서 천배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처음 계획은 삼천배였단다. 주위 동료들의 만류로 천배로 줄였다. 최 대표는 진보신당 당원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진보좌파 진영에서 뉴라이트 인사로 찍혀있다. 그런 그가 천배까지 하면서 민노당과의 통합을 만류하고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북한 동포들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진보의 미래’를 포함한다.
그는 “종북주의 정당과 통합하면 진보의 싹은 없어지고 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종북주의 정당과 통합하면서 무슨 진보를 얘기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민노당은 자신들의 종북 성향을 감추기 위해 진보신당을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 통합을 이룬 민노당은 야권통합의 실질적인 핵심 고리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최 대표는 민노당이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선거 공조 과정에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며 종북세력의 조직적인 제도권 진출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진보신당 당원들도 ‘천배’를 보면서 많이 고민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민노당을 진보정당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종북주의 정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민노당에 흡수되는 형식의 통합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지난 3월 당대회까지만 해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 민노당이 3대 세습에 대해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통합 협상의 진전이 어렵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의 통합의지가 강해 최근 들어 종북 문제는 사실상 덮고 가는 분위기가 됐다.
최 대표는 “진보신당이 민노당과 합해서 1군 무대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진보신당 당원들은) 민노당이 대한민국의 정당이 아니고, 김정일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통합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통합은 진보의 몰락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4일 당 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최 대표는 “어렵고, 긴 싸움을 하느냐, 아니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혼을 팔고서라도 1군 무대로 들어가느냐”라며 “당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는 민중에 대한 헌신인데, 민중을 가장 탄압하는 세력을 추종하는 세력과 통합한다는 것은 영혼을 파는 것”이라며 “결국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이 결정되는 순간 한국의 진보는 10년, 20년 이상 퇴보한다는 주장이다.
진보신당이 민노당과 결별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2006년에 발생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 터져 민노당 관계자들이 연루됐지만 오히려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최 대표는 이런 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을 하는 것은 “영혼을 거래하는 것으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현재 곽노현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회자되고 진보에 상처를 주고 있지만 진보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진보신당이) 종북주의자에게 투항하는 것은 진보의 영혼을 파는 것으로 진보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회를 앞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진보와 좌파의 가치를 팔아 생명을 유지하면서 김정일의 3중대가 되지 말고, 힘들더라도 진보의 싹과 좌파의 가치를 지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이 결정된다면이라는 가정에 그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 크게 소리내어 통곡하노라) 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