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통합이 이뤄지면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2008년 2월 종북(從北) 문제로 분당한 지 3년 8개월만에 합당하게 된다.
이를 두고 부부가 성격과 가치관 차이로 이혼했다가 재산문제로 다시 재결합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당의 최종 통합을 위해서는 오는 26일 진보신당 전당대회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신당도 통합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최종합의문이 통과되면 양당은 재결합 실무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이어 8월쯤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실무협상 결과를 승인한 뒤 9월 통합진보정당을 출범하게 된다.
당초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최종합의문 통과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최종합의문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갈등을 보인 바 있고, 진보신당 내 독자노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민노당의 북한 후계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가 야권 대통합을 위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접촉하자 진보신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도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 내부에서 이번 사안으로 당이 또 분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도부의 통합 합의를 존중하자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합의문 통과를 위해서는 정족수 2/3를 넘겨야 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독자파와 통합파가) 서로 절충안을 가지고 나와 완화된 표현을 사용해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주 대표는 이어 “독자파 쪽에서 압력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통합파들이 대의원대회 결과에 승복하고 남아 있지 않고 떠나면 자기들(독자파) 존재는 정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바탕에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내에서 독자파가 최종합의문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은 있지만, 최종합의문 통과를 저지했을 때 당이 공중분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통합과정에서 국참당의 참여 문제를 놓고 다시 한 번 갈등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신당은 줄곧 국참당의 이념문제를 거론하며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반면 민노당은 국참당과의 통합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참당의 야권연대 참여에 대해 “국참당은 오히려 민주당과 더 가깝다”며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국참당이 과거의 신자유주의정책, 참여정부 시절 한미FTA, 비정규직 유연화 정책 등에 대한 자기 반성 혹은 이것에 대한 진보적 대안이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합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 대표는 “국참당 문제는 (양당은) 우선 제쳐놓고 달래면서 갈 것”이라며 “조삼모사(朝三暮四) 하듯이 그런식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당은 민주노총이라는 물질적, 대중적 기초를 같이 하기 때문에 이념적 차이가 커도 어쩔 수 없이 동거생활에 들어가지만 국참당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물질적 기초를 같이 하고 있으니까 원수지간이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지만, 국참당은 연애는 할 수 있지만 결혼하기는 좀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진보신당은 자신들이 분당했던 명분을 비웃게 되었고, 진보좌파의 정립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희롱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