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기존계약 전면 ‘무효’ 선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대책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6·15와 10·4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사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29 재보선 결과 원내 진입에 성공한 진보신당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대북 현안과 관련해 민노당과 확실한 차별화를 보였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공포를 팔아 대한민국을 협박하며 돈벌이를 하려는 자들에게 결코 굴복할 수 없다”며 정부의 당당한 대처를 주문했다.
윤 대변인은 “북한이 한국 기업들을 향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받아 들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범절마저 상실한 반이성적 행동”이라며 “북한의 행동은 인민공화국이라는 간판을 무색케 하는 철없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그간 남북간 모든 합의를 부정하며 적대적 도발을 일삼아 온 것이 누구냐”며 “이러고도 감히 사태의 책임 운운하거나 ‘특혜’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무효 통보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보루인 개성공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정부와 한나라당이 재보선의 민심을 외면하고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더니 결국 이런 속수무책의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이 현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수많은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의 생존의 문제에 대해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결국 6·15와 10·4선언의 성실한 이행만이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은 “이번 사태로 그동안 원칙 없는 대화와 인내를 강조해 왔던 우리 정부의 안이하고도 무기력한 태도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정부는 얼마나 더 북한에 농락을 당해야 제정신을 차릴 셈이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각오하는 배수진을 쳐서라도 여기서 그만 대못을 박아야 한다. 또다시 어설픈 유감표명이나 계약위반을 주장하는 유약함으로는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우선 남한 정부 탓으로 돌렸다. 우위영 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기숙사 건설 약속을 어기는가 하면 3통(通)문제 역시 해결하지 않는 등 개성공단에 대한 나몰라라 식의 행보을 계속해 왔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깊은 유감 표명’이라는 무력한 논평이 아닌 실질적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북한을 향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민족통일 대강령에 따라 개성공단만큼은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전향적 자세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북한의 일방적인 행태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가뜩이나 먹구름 낀 남북관계에 폭풍우를 몰고 올 북한의 이번 일방 선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개성공단 등 남북간 교류협력에 대한 협상에서조차 벼랑끝 전술을 남발하는 북한의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남한이나 6자회담 관련국들에게 올바른 메시지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며 “북한은 이렇게 벼랑끝 전술을 남발하다가는 언젠가 벼랑에서 떨어질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