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수 학자 ‘자유민주주의’ 표현 두고 맞장토론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가 정부에 제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안을 두고 진보·보수 진영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편찬위가 마련한 집필 기준안이 양 진영 모두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찬위 산하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개발공동연구진이 확정한 집필기준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다루는 현대사 부분에서 ‘자유민주주의’라고 서술되어 있는 부분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로 수정됐다.


또한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라는 서술 앞에 ‘독재정권에 의해’라는 표현을 삽입한 것과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이 가열되자 진보·보수 진영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일종의 맞장토론인 셈이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기존 표현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현대사학회’와 민주주의 범주 내에서 해석하면 된다는 입장을 가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했다.


발표, 토론자 역시도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편재됐다. 자유민주주의 표현 찬성에는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가, 반대 입장에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선다. 그 외에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이상 찬성), 오수창 서울대 교수, 정태욱 인하대 교수(이상 반대)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찬성 입장인 김 교수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경제적으로 시장경제와 짝을 이룬 가장 보편적인 현대의 민주주의 정치체제 유형이다. 대한민국의 체제는 바로 헌법에 규정된 이런 이념적 원리를 추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성장 이후 노동계의 정치권 진입 및 배분적 요구의 분출, 비판적 언론과 참여요구 및 복지요구 등 국민적 요구에 직면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큰 틀은 이런 시대적 변화의 양상들을 포용하는 방식으로 적응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반면 반대 입장인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역사상 자유민주주의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 헌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다는 보수진영의 전제를 부정했다.


그는 “건국 이후 제헌헌법의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은 의회중심의 혼합정치 체제와 혼합경제 체제”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건국세력에조차 방기, 배제, 극복, 타도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로 단일화할 경우 가장 커다란 문제는 독립운동-건국운동 노선, 정신, 사상, 세력의 주류를 포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할 경우 그에 맞선 4월혁명이나 민주화세력, 야당, 광주항쟁, 6월항쟁은 반자유민주주의운동이요 세력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모든 면에서 ‘자유민주주의’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아닌 민주공화국 또는 민주주의로 두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26일 편찬위가 제출한 집필기준안을 토대로 집필 기준을 심의하며, 정부는 의견을 종합 수렴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기준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