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1% 왕따 처지”…제2광우병 사태 노릴수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통령 후보가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며 ‘박근혜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박 후보에 대해 맹공을 폈지만 오히려 보수층 결집을 불러와 박 후보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후보와 진보당은 진보 진영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종북 문제에 대한 여론의 비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전 후보가 중도 사퇴했지만 선거 보조금 27억원을 반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먹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은 지난 4·11총선 비례경선 부정과 종북(從北) 논란,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고, 조직기반도 상당부분 훼손됐다. 진보당이 대선에 후보를 낸 것도 이 같은 당내외 문제를 추스르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는 이 전 후보가 공중파 TV토론회에서 박 후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토론 내용을 떠나 비교적 노련한 토론을 벌여, 진보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진보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기간 민주노총 지지층 결집 등 무너진 지지기반을 재정비하는 데 일정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종북 이미지를 희석시켜 이탈한 지지층을 재 결집시키고,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옛 명성을 되찾으려 했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오히려 TV토론에서 ‘남쪽정부’, ‘실용위성’ 등 이 전 후보의 북한식 표현으로 종북적 성향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과 보수층 결집에서 나타났듯이 존재감은 부각시켰지만 대중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오히려 실(失)이 컸다는 해석이다.


야권과 진보 진영에선 이 전 후보와 진보당 때문에 패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앞으로 진보좌파 진영 내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데일리NK에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몸부림 쳤지만, 야권에서는 오히려 패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야권은 앞으로 (진보당 세력과는) 멀리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어 “1%이하 세력으로 굳어져,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세력이 될 것”이라며 “결국 통진당의 고립은 기정사실화 됐고, 고립과 함께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향후 진보당의 정치적 입장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면서 “민주통합당과 어떻게든 연대의 손을 내밀겠지만, 대선을 계기로 민주당도 ‘종북’의 실체와 여론을 깨달았기 때문에 진보당은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후보와 진보당은 당분간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당 조직을 정비하면서, 생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대변인이 20일 “노동자, 농어민, 서민을 위한 진보정치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또한 진보진영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진보당은 향후 ‘박근혜 정부’ 흔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보진영 내에서 박근혜 정부를 ‘공공의 적’을 규정하고 진보세력과의 연대 투쟁 등을 통해 영향력 확대 등을 꾀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전 후보는 지난 16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친일의 후예, 낡고 부패한 유신독재의 뿌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재집권은 국민에게 재앙이자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퇴행”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촛불집회’를 선동, 조직력과 지지세를 극대화했던 과거 전력을 그대로 답습하며 반(反)박근혜 정부 선동을 획책할 수도 있다.


노동자·농민, 서민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고 자처하고 있는 만큼 서민경제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 기업들의 부당 행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적 감성을 호소하며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2002년 효순·미선이 사건이나, 2008년처럼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같은 대형 ‘반미(反美) 이슈’가 등장하면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 반정부 투쟁을 선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 대표는 “만약 반정부 투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다른 세력들은 (진보당이) 빠져주기를 바랄 것”이라면서 “그들(진보당)이 있으면 자기들의 본래 의도가 흐려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같이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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