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北核 미국책임론’ 무엇이 오류인가

▲ 20일 열린 ‘한반도 평화의 조건과 과제 : 동맹과 민족’ 토론회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적화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협상용이다.”

<평화통일시민연대>는 20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한반도 평화에서 동맹과 민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북핵 해법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최근 북핵위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른바 진보단체들의 ‘북핵무기 협상론’, ‘미국책임론’, ‘주한미군 철수 및 북미 평화협정체결론’ 등 김정일 정권에 동조하는 발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북핵 원인, 미국 핵위협론”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재봉 원광대 교수는 북한 핵무기 개발 원인에 대해 미국의 핵 위협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핵무기로 무장된 미군 잠수함이 동해 근처 해역을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불가침 조약이나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국교 정상화를 이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적대적 북미관계를 청산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의 중립화를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은 미국의 작전계획 5029 추진을 명백한 주권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서 미군의 작전통제권 전면 환수 및 한미연합지휘체계 해체, 자주적 국방정책 수립과 평화군축을 촉구했다.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남북기본합의서’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이 이루어지면 한반도가 평화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진보단체, 10년 전 진부한 논리 되풀이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장들은 10년 전 1차 북핵위기 때부터 줄곧 친북단체들을 중심으로 전개돼 온 논리이다.

다만 1차 북핵 위기 때는 북한의 평화적인 원자력 개발을 미국이 모함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더니, 지금에 와서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불러왔다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일관된 것은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것과 북핵은 협상용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한반도 지상에서는 핵무기가 철수되었을지라도 한반도 주변 해역에는 여전히 핵무기가 배치되어있는 셈이기 때문에 북한도 핵무기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핵개발을 미국에게 덮어 씌우기 위한 북한의 전략을 그대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냉전시대 양대 진영에 속해 있는 개별 국가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개별적 위협을 가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은 독자적인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또한 NPT 가입, 한반도 비핵화 선언,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은 핵 기술 이전,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북-미 관계 개선 및 에너지 지원 등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남한과 국제사회에 약속해온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번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3조 1항에서 북한에 제공한 핵무기불사용(NSA:Negative Security Assurance) 보장을 부시 정부에 와서도 공개적으로 약속했고, 당시 북한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북-미 관계가 급진전 했던 2000년 9월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방북 당시에 파키스탄과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 교류가 가장 활발했다는 점도 이들의 ‘미국 위협론 주장’이 단순한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미국이 북한을 핵으로 위협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일부에서는 핵테세검토보고서(NPR)에서 미국이 북한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대해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지적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정도의 국가안보 위협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결국 북한이 자신의 핵개발을 합리화 하기 위해 반복해온 미국 핵 위협론을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남한 친북단체들은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심한 북한 핵주권론 여전

한편, 이 교수는 정치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이나 보유는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의 상징이 될 수 있고 북한 당국이나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적으로도 남북 군사력 불균형을 한순간에 만회할 수 있고, 외교적으로도 미국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이유를 들었다.

북한 당국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평화와 세계 핵 질서를 위협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 인민을 전쟁의 첫 번째 인질로 잡아두겠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오직 핵을 통해서만 체제 유지를 도모하겠다는 김정일 개인의 신념을 남한 친북세력들은 외부 위협론이나 북한 핵 주권론을 내세우며 옹호하는 한심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일 처장은 한미연합사의 ‘작계 5029’ 추진과 관련 북한주권에 대한 침해와 평화주의 유엔 헌장 위반, 군비경쟁을 초래시켜 한반도를 화약고로 남게 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침략적 신속 기동군화’로 규정했다.

작계 5029, 북 내부 유사시 주민 구출용

작계 5029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전력의 대응방안으로 북한의 불안한 정세를 고려하면 반드시 필요한 군사계획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포함한 유사시 대응은 미국의 협력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북한 내부 정보 파악과 대응 작전, 대규모 대북 원조 상황에도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유사시 북한 내부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명보호와 질서유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이 작전계획에는 북한에 대한 직접 개입을 대량살상무기 유출과 한국인 인질 구출로 제한했다.

국제사회는 보스니아와 르완다에서 외부의 개입이 늦어 대량학살을 막지 못하자 미국을 맹비난했다. 수단과 앙골라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주의적 개입이 주권 논란에 휩싸여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그 희생은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김 처장이 말하고 있는 평화는 북한 내부에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장희 교수의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 주장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남한의 북방외교와 사회주의 몰락으로 고립감을 느낀 북한 당국이 민족 화해 공세 일환으로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는 것이 당시 합의서 작성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북한에서 서명 직후 곧바로 용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까지 남북 간에 합의문이 없어서 남북관계가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실질적 의지를 가지지 않고 핵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 국회가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서 비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국자 회담에서 핵 문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 북한에게 어떤 화해 제스처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친북단체, 북 주장 ‘앵무새 대변’

2003년 제임스 켈리 미 특사 방북을 통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시인하기 전까지는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즉,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핵 프로그램을 주장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해왔다고 말을 바꿨다.

북한의 이러한 선전전략은 상당부분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한국에 있는 친북단체들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해왔다. 이들이 북한 핵무기는 평화적 목적이고 협상용이라고 말할 때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꾸준히 추진해왔고, 이제는 핵실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친북단체들은 항상 한반도 평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미국에 덮어 씌우려 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주어진 한반도 위기의 실체는 국제사회의 설득과 만류에도 일관되게 핵 보유를 추구하고 있는 김정일에게 있음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친북단체는 당장이라도 한반도 위기의 책임을 김정일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강창서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북한학과 4년) kcs@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