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작통권반대 대선 연계’ 비판

최근 보수단체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단독행사) 문제를 놓고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서명운동, 심지어 내년 대통령선거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자 진보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보수단체들은 그동안 개별 단체나 모임 명의의 성명을 내거나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알렸지만 뉴라이트전국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성우회(예비역 장성모임),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선진화국민회의 등 10여개 보수 단체가 12일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 중단 범국민서명운동본부’를 결성함으로써 `보수세력 대결집’쪽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이 운동본부는 “앞으로 3개월 간 5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온 국민에게 안보상황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작통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서명 참가자들과 힘을 모으겠다”고까지 밝혀 작통권 문제를 대선과 연계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작통권 환수 문제를 대선까지 연계시키겠다는 발언은 개인적으로나 단체별로 간혹 있었으나 이처럼 집단적으로,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보수단체들이 작통권 문제를 계기로 조직화하고 정치성을 띠자 그동안 침묵하던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보수세력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공세”이라거나 “대선을 겨냥한 세력결집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참여연대는 급기야 13일 공식성명을 내고 “작통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환수를 추진했던 역대 정권에서 복무한 국방부 장관, 전직 외교부 관료들까지 환수 반대에 앞장서는 것은 시류에 영합하려는 태도”라고 “무책임한 정략적 선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들에게 한미 간 불균형한 관계의 바람직한 개선이나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에 대한 진취적 안목을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작통권을 올바르게 환수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주권국가다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박정은 평화군축팀장은 “작통권 문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정치적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작통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를 밀겠다는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도 “보수단체들의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은 대선을 앞두고 특정후보를 밀기 위해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정부가 환수시기로 내세운 2012년이 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전면적, 즉각적으로 작통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연대는 “중요한 것은 작통권을 어떤 방향으로 환수할 것인가이지, 환수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이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며 “작통권 환수는 우리나라와 미국 양국의 합의에 따라 추진되는 것임에도 보수단체들은 마치 우리가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진보연대는 “대선을 앞두고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한 논란이 우스꽝스러운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며 “일부 보수단체는 대선에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한성 연세대 법대 교수는 “작통권 환수는 위헌상태에 있는 것을 합법상태로 되돌리는 것으로 당연히 해야할 것”이라며 “보수단체들의 행동은 자주국민임을 망각한 처사로 500만명 서명운동을 지금이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한국정치 전공)는 “작통권 환수 문제는 국가의 안보가 걸린 사안으로 여기에 정략적 논란이 들어갈 필요도, 이유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단체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1년여 남은 대선을 의식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500만명 서명운동에 동참한 선진화국민회의 곽태근 대변인 겸 사무부총장은 “작통권 반대는 대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작통권 환수는 나라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으로 정치적 의도가 아닌 순수한 애국심에서 반대를 표명하는 것이다. 진보단체들의 주장이 오히려 더 정치적”이라고 반박했다.

기독교사회책임 대표인 서경석 목사는 “정치적 공세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보수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은 전부 자연발생적인 흐름에 따라 이뤄져온 것”이라며 “조직적 움직임 운운하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 500만명 서명 운동을 제안한 사람들은 이미 다 여든이 넘은 고령의 원로들이다. 그분들에게 정치적 의도가 있을 턱이 없다”고 말했다.

향군은 “500만명 서명운동 기자회견 중 `내년 대선 후보 운운 등’의 내용은 향군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된다”며 “서명운동이 정치활동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만약 정치활동화 됐다고 판단될 시 향군은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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