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한 시장 상인들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내부 경기 침체에 대한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자 ‘시장에 나가도 돈벌이가 아닌 빚벌이를 한다’는 한탄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물건을 떼올 때 상품의 원가는 올랐는데 시장에서는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장사를 해도 남는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고 전했다. 원가 상승과 주민들의 구매력 감소로 시장 이윤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어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 수입하던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의 가격이 계속해서 올랐다”며 “지금까지는 국내 기업소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나 개인이 제조하는 상품으로 대체해 버텨왔지만 이제 더는 못 버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생산하는 상품도 대부분의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장마당 소매 장인들은 그나마 수요가 있는 식음료 장사로 품목을 변경했는데, 이마저도 매출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돈주들의 사업 투자도 빈도나 규모면에서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평안남도 평성의 돈주들도 최근 북한 내부에 투자대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해도 이윤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주택 건설에 참여하는 등 고수익을 내던 투자처들이 사라지면서 요즘은 돈을 벌지는 못하고 저축한 돈을 계속 까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대동강 물은 말라도 내 주머니에 돈은 안 마른다고 말할 정도로 거부인 모 돈주는 최근엔 이러다가 순식간에 꽃제비될 수도 있겠다는 말을 했다”며 “돈주들도 식생활과 음주, 접대비 등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다. 돈주들도 북한의 내부 경기가 위축되는 현 상황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북한의 부동산 경기는 수요 위축에 따라 집값도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북한의 최대 물류도매지인 평성시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평성에 불어닥친 건설 경기 ‘한파’…매매가도 ‘반토막’)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돈주들도 건설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소비 물자에 대한 소비 수요와 경제 기반 원료나 시설을 확대하는 투자 수요 모두 위축된 상황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배급이 없어도 시장 덕분에 돈을 벌고 살 수 있었는데 시장이 작년부터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며 “주민들이 ‘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탄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