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 ‘아리랑’ 공연 진행…”과업 이행 차원”

북한 당국이 평양 소재 유치원생부터 소·중학생(초중고생) 수천 명과 인민군을 동원해 몇 달간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공연하는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2010년부터 지방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집단체조의 지방 공연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 공연은 제목도 평양과 다르고 외화벌이 목적도 아니다. 지방 행사를 다채롭게 만들고 김부자에 대한 충성심 고취가 목적이다. 그러나 공연 준비 기간에 가해지는 강도 높은 훈련과 체벌 때문에 제기되는 아동학대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출신 탈북자 이승남(가명) 씨는 “2010년 4·15(김일성 생일. 태양절)부터 도당 선전부와 근로단체부 주도 하에 청진에서도 아리랑 공연이 시작됐다”면서 “평양 집단체조창작단 지도교원들을 초빙해 기술을 집중적으로 전수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북한을 탈출한 이 씨는 “청진시는 포항경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는데 공연에는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 수 천명이 동원된다”면서 “평양이 10만 명 규모인 것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 처음 보는 이 지역 사람들은 매우 신기해 했다”라고 말했다. 


황해도 출신 탈북자도 “황해도 해주에서도 평양과 같이 아리랑을 하라는 지시가 있어 평양 공연을 그대로 옮겨왔다. 2010년부터 공연을 했는데 얼마나 잘하나 싶었는데 뜻 밖에 수준이 높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집단 체조 지방 확산은 김정일 지시에서 비롯됐다. 2009년 8월 김정일이 자강도에서 ‘자랑도의 전변’이라는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만족감을 보이면서 “내년부터 지방 특성에 맞게 전국에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 씨는 “2010년부터 김정일 방침 관철 과업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집단체조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연이 진행된 곳은 함남과 강원도로 파악됐다. 김정일 유훈이 강조되는 분위기인만큼 올해부터는 전국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자랑도’는 자강도를 부르는 다른 말이다. 연형묵 전 총리가 자강도 당 책임비서 시절인 1990년대 중반 전국적인 식량난에도 자강도의 전기·식량 사정에 어려움이 없다고해 붙여진 이름이다.


‘자랑도 전변’ 공연 내용은 평양 아리랑과 비슷하다. 규모만 축소시켜 약 2시간 가량 공연한다. 공연 순서는 ▲타도제국주의동맹(ㅌㄷ)편 ▲3년 간의 전쟁승리편 ▲전후복구 건설편 ▲사회주의 건설편 ▲김정일의 선군영도편 등으로 구성됐고, 지방 특성에 맞는 내용도 추가된다. 함북도의 경우 ‘라남의 봉화’ 내용이 추가됐다. 


지방에서는 8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일요일과 국가명절인 8·15광복절, 9·9절, 10·10절 등에 공연이 진행된다. 관객은 공장·기업소별로 조직된다. 관람료는 1인당 1000원이 보통인데 카드섹션을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좌석은 3000원이다.


아리랑 공연 연습은 매년 4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강습은 오전에 이뤄지고, 오후부터는 학교 운동장과 시민광장 등에서 부문별, 단계별로 훈련이 진행된다. 공연 전달인 7월에는 수업 없이 종일 종합연습이 진행된다.


함북도 한 탈북자는 “공연을 조직할 때에는 평양과 마찬가지로 공연 참가 학생들에게 고급담요, 전기재봉기를 선물한다고 소문을 퍼뜨리는데, 실제 10.10절 마감 공연 뒤에는 출연자들에게 값 싼 노트 2권, 볼펜 2자루, 연필 2자루, 필통 1개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지방 아리랑이 조직된 이유에 대해 “아리랑을 통해 집단주의를 강조하면서, 김정일-김정은 후계 체제의 충성심을 불어 넣기 위한 차원”이라며 “내부에서는 핵보유국과 집단체조가 가장 큰 업적이라는 말까지 있다”라고 말했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아리랑 공연은 김일성의 90회 생일인 2002년에 처음 선을 보였다. 2005년 두번째 공연이 있었지만 2006년은 수해로 취소됐었다가 매년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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