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민심, 남북이 쫙 갈라졌다”

▲ 거리를 걷는 평양시민들 <사진:연합>

부산에 살고 있는 탈북자 안영배(가명, 1998년 입국) 씨는 얼마 전 북에 있는 가족들과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지금 북한에는 ‘남(南)은 남대로 북(北)은 북대로’라는 말이 떠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한, 북한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 내에서 주민들의 민심이 남쪽 지역과 북쪽 지역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안씨에 따르면 “평양을 비롯한 평안남도, 황해도 등 ‘전방’ 지역은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느니, 최고사령관(김정일) 명령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부산을 떨지만, 중국 접경지역인 함경도 양강도 등은 전쟁 이야기는 이제 지겹고 오로지 장사해서 먹고사는 데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북쪽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요약하면, 당국이 늘상 미국이 쳐들어온다는 소문만 내고 주민들을 들볶으니 이제 믿지도 않고,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절반 이상은 중국으로 피신하겠다는 것이다.

안씨는 “북쪽 주민들은 이제 전쟁이 일어나도 과연 주민들이 김정일을 위해 싸울지도 의심스럽다고 한다”며 “북쪽 지역은 몽땅 장사꾼들이고 남조선에 간 사람들의 친척들이 많아 평양 등 ‘앞쪽 지방’ 민심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전쟁 나도 죽고, 안 나도 죽을 지경

다음은 안씨가 북한에 있는 여동생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요즘 살아가기 어떠냐?

“일없다(괜찮다). 오빠(안씨)가 보내준 돈으로 길거리에서 잡화를 팔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고 있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조금만 있으면 조선이 망한다고 말한다.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 관심이 없다. 나라에서 백성들이 살라는 건지, 죽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미국이 핵전쟁 일으킨다고 떠들어대고 있는 모양이던데.

“얼마 전 테레비(TV)에서 ‘우리나라에 핵무기가 있다’고 하던데, 사람들은 핵무기니 전쟁이니 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하도(워낙) 소동을 피워서 다들 그러려니 한다.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다들 돈 벌 생각만 하지 전쟁 같은 것 신경 쓸 사이도 없다.”

북쪽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

남북의 민심이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북쪽 사람들은 평양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다. 함경도 지역은 식량 배급이 끊어진 게 이미 80년대 말부터다. 평양은 90년대 중반 미공급 시기 때도 쌀을 주었다. 함경도는 지난 50여 년 동안 성분이 나쁜 사람들, 유배당한 사람들 정치범과 그 가족들이 많이 산다. 식량이 모자라면 함경도부터 배급을 먼저 끊었다. 함경도 사람들의 불만은 이미 오래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북쪽 주민들은 “그 애들(평양 사람)은 잘 먹고 잘 살았으니, 전쟁 나면 응당 나가 싸워야겠지만 북쪽에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언제 우리를 사람 취급이나 해주었나’ 하는 식이다.

▲ 살길이 막막해 수심이 가득한 무산주민<사진:Andy Kershaw>

90년대 중반 식량난 때 당과 김정일을 충실히 따르던 핵심군중들이 많이 죽었다. 국가가 쌀을 주겠지 하고 기다리다 속절없이 당한 것이다. 돈을 모르던 사람들이 돈을 벌어야 산다고 생각했을 때는 늦었다. 그래서 요즘은 ‘돈이 제일이다. 너(김정일)를 믿다 굶어 죽는다’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지역감정 심해

평양을 중심으로 한 남쪽(평안도, 황해도)과 함흥을 중심으로 한 북쪽(함경도, 양강도)지역은 역사적으로도 지역적 갈등이 있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이 이해관계에나 밝다고 싫어했고, 북쪽 사람들은 남쪽 사람들이 자생력이 부족하다고 경원시 해왔다.

이러한 지역감정은 김일성, 김정일의 수령독재가 심해지면서 계급차별이 원인이 되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함경도는 김 부자 반대파들을 숙청해 보냈기 때문에 주민구성이 복잡하고, 수도와 멀리 떨어져 있어 중앙의 지도력이 약화되어 있었다.

간부들도 평양을 중심으로 많이 등용했다. 평양을 국제적 ‘모범도시’로 만든다며 지방주민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일이 있어 지방에서 평양에 가려 해도 일일이 검문을 당했다. 이 때문에 지방사람들은 평양 사람에 대해 시기심을 갖고 대한다.

북쪽 지역에 중국을 통한 새로운 정보가 많이 들어갈수록 남북 주민들의 민심은 더 벌어질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 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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