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북정책 계속되면 北 변화 이끌 것”

미국이 제시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한미일과 북중간의 대치 전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16일 ▲도발행위 중지 ▲역내 긴장완화 ▲남북관계 개선 ▲2005년 공동성명에 입각한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 조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국제적 의무 준수 등을 5대 이행사항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바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은 각종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방법으로 모든 대화 제안들을 한사코 회피하고 있다”며 “6자회담을 포함한 모든 대화 제안을 지지하지만 결코 대화를 구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전제조건을 달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6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된 바 있는 전제조건 5개항은 그동안 한미일이 북한에 촉구해온 비핵화 및 한반도 긴장완화 등 북한이 해야 할 대부분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최근 김정일이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에게 IAEA 사찰단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만약 사찰단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핵개발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16일 고위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개선이 6자회담 재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북한이 IAEA 사찰단을 수용한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5개 조건을 순차적으로 따져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는 의미가 없으며,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인 가운데에서의 대화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천안함에 이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 나오고 있어, 향후 북한이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대화재개 모멘텀이 상당기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연평도 포격으로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남북관계 악화가 지속되더라도 북한에 강력한 임팩트(충격)를 주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이 도발을 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대화를 해왔으나 결국 돌아온 것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라는 대북 인식을 명확히 하겠다는 지적이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큰 도발에 비추어 보면 북한의 작은 변화 조짐에 반응하면 큰 잘못, 즉 도발이 희석되고 이러한 혐의들에 대한 초점이 흐려지게 된다”면서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 외교 소식통도 “남북 관계에 있어서 어느 일방이 윽박질러 일방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도발에 대한 후과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라는 메시지를 현재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화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이 북한이 사실상 받아드릴 수 없는 5개 이행 안을 제시하면 결국 핵개발을 방치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16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방중하는 등 미중간 고위급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내년 1월에 예정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방미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한미일이 구체적인 5개 이행안을 제시한 만큼, 북한이 한미일이 만족할 만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한미일과 북중의 대치 전선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이 열리고 얼렁뚱땅 에너지, 식량 지원이 재개되면 북한이 무력 도발을 잠시 중단할 수 있지만 북한의 후계구축 안정화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이런 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과거에 비해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많이 존중해주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로 갈 것”이라면서 “(미국의 제재 등으로) 북한이 지금 어려워지고 있는데, 현 정부의 대북 정책과 입장이 다음 정권까지 간다면 북한을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