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정은 정권은 안전합니까?

지금 김정은 정권은 안전한가? 김정은 수령체제는 김일성 김정일처럼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가능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속시원한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당장 내일 아침 김정은 정권에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오늘 이 순간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것이 전체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급변의 특징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한방에’ 붕괴되기 어렵다. 다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어느 한 쪽이 무너져도 전체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전체주의 체제는 그렇지 않다. 구소련, 루마니아처럼 어느 임의의 시기에 갑자기 무너진다. 그래서 전체주의 체제는 예측이 어려운 것이다.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전망도 ‘과거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예측한다. 따라서 ‘전망’은  당연히 과거의 연장선에서 하기 때문에 보수적 전망을 내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이 터지고 한참 지난 다음에야 “그땐 정말 그렇게 될 줄 전혀 몰랐지…” 하는 것이다.   

‘경제 급변사태’였던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가 그랬다. 그 많은 한국의 경제학자들 중 미리 예측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극소수 관료출신들이 경고를 했지만 경제 부총리는 “한국경제 펀드멘털은 튼튼하다”고 했다. 당시 경제 부총리의 뇌세포에도 그전까지 입력된 보수적 정보들이 가득 들어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경제분야는 안보분야와 달리 국제금리, 유가, 물가, 무역수지… 이런 지표들이 사전에 깜빡깜빡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웃지 못할 일이 적지 않다.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도발을 하거나, 리영호 장성택 현영철 등 주요 인물들을 쳐내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논평이 있다. “북한에 특이동향은 없다”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논평이다. 

이러한 논평은 대체로 ‘북한의 대남 군사공격 징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전쟁 징후는 없으니까 안심하라’는 뜻이 들어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논평이 나오면 솔직히 쓴웃음이 나온다. 장성택 처형 그 자체가 특이동향인데, 꼭 노동당 청사에 복면 쓴 괴한들이 등장해야 특이동향인가?

노동당 청사에 복면 쓴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북한의 대남 군사공격 징후가 발견되면 이미 그 시점은 ‘때가 늦은’ 시점이다. 97년 외환위기에 비유하면, 밀려오는 외환위기 사태를 이미 피할 수 없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례를 보면 안보급변은 경제급변보다 훨씬 더 급변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안보 분야에서는 ‘헛수고’인 줄 알면서도 북한 내부 정세가 “일단은 수상하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선중앙방송이 “반당 종파 세력은 가차없이 숙청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조선중앙TV는 ‘백두의 칼바람’ 서사시를 연속 방영하고, 화면의 음성 나레이터는 ’56년 8월 종파사건’을 상기하면서 “우리 당 안에 박헌영, 리승엽, 최창익 같은 반당종파 놈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겠소?”라고 반문한다.

김정일 시기 조선중앙TV에 이런 화면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만약 진짜로 북한내부에 반당종파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프로파간다 매체의 속성상 사건을 도리어 감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매체의 보도는 때로 ‘거꾸로’ 읽어야 한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 중 “우리 공화국에 식량난이란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가, 1998년 유엔에 재해국 승인을 요청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아무런 보도 없이’ 국제사회의 구호미 지원을 수락했다.

따라서 “우리 공화국에 식량난이란 것은 없다”는 보도는 “식량난이 있기 때문에” 그런 보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만약 진짜로 식량난이 없었다면 ‘식량난을 부인하는 보도’가 나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거꾸로’ 읽어야 하는 사례는 구소련 시기를 비롯해 과거 공산전체주의 사회에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을 한 뒤, 지난 20일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이 “우리의 핵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고 주장했는데, 이 말의 ‘본뜻’은 “우리의 핵타격 수단이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서려면 시간이 좀더 걸린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된다.

만약에 “진짜로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섰다면”, 북한은 절대로 그런 보도를 하지 않는다. 왜? 극비 사항이니까 무조건 숨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볼 때, 북한 선전매체가 대놓고 “반당종파 세력” 운운하는 그 진의가 무엇일까? 반당종파 세력 때문에 실제로 내부가 골치 아프다는 뜻인가, 아니면 ‘반당종파’들을 다 처리하고 나서 북한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총화’하고 있는 것인가? 

박헌영· 리승엽은 남로당 출신이다. 박헌형 리승엽은 김일성이 ‘6.25 전쟁 책임’을 물어 처형하였다. 최창익은 김두봉 · 무정과 함께 연안파 핵심 인물이다. 무정은 6.25 중 숙청됐고 부수상이었던 최창익은 ‘8월 종파사건’으로 인해 돼지농장 관리인으로 떨어져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1956년 ‘8월 종파사건’은 벌써 60년이 지났는데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나오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도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 같다.

‘8월 종파사건’은 1948년 9월 9일 김일성이 정권을 수립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역모 사건이었다. 

1966~67년 ‘갑산파 사건’이 있었지만 8월 종파사건에 비하면 ‘소규모’였다. 갑산파 사건은 김일성에 대한 몇몇 갑산파의 권력 불만 표출 사건이었지만, ‘8월 종파사건’은 분명히 ‘김일성 실각을 모의한 사건’이었다. 김일성은 이 사건으로 인해 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있었다.

자, 그렇다면 현재 김정은의 처지가 1956년 김일성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뜻인가? 장성택, 현영철 등이 박헌영 리승엽 최창익과 비슷하다는 말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김정은 권력은 매우 불안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대로 김정은의 처지가 8월 종파사건과 다르다면? 다시 말해 김정은 권력이 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중앙TV가 박헌영 리승엽 최창익을 예로 들면서  “우리 당 안에 박헌영, 리승엽, 최창익 같은 반당종파 놈들이 다시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겠소?”라고 묻는 서사시를 내보냈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자, 여기에서 우리는, 적어도 북한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김정은의 권력이 안정돼 있다면 조선중앙TV에서 ‘굳이’ 8월 종파사건 자체를 언급할 이유가 있을까? 김정은 권력이 진실로 안정돼 있다면, 김정은은 벌써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방문하여 경제적 외교적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조선중앙TV가 8월 종파사건을 주민들에게 새삼스럽게 알려야 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권력이 안정돼 있다면 조선중앙TV가 그런 ‘바보 짓’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평범한 두 개의 가설을 상정할 수 있다.

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② “나뭇가지가 스스로 세차게 흔들기 때문에 바람이 일어난다”

위 두 가지 중 과연 무엇이 상식일까?  

상식을 가진 자라면 당연히 ① “바람이 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고 판단할 것이다. 다시 말해, “바람이 불기 때문에(김정은의 권력이 불안하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장성택, 현영철이 처형되었다)는 것이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즉, 나뭇가지가 흔들리지 않으면, “나뭇가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도를 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왜 그런 보도를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②  “나뭇가지가 스스로 세차게 흔들기 때문에(김정은이 영도체계를 세우기 위해), 바람이 일어난다(장성택,현영철이 처형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 추론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사물을 보는 데서 원인과 결과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김정은의 영도체계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왜 장성택, 현영철을 처형했겠는가?

이 지점에서 지난 2013년 12월 13일 장성택 처형 후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문을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아래 대목은 장성택이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고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읽은 판결문 중 일부이다. 꽤 길지만 그대로 옮겨본다.

(…) 장성택은 정권야욕에 미쳐 분별을 잃고 날뛰던 나머지 군대를 동원하면 정변을 성사시킬수 있을것이라고 어리석게 타산하면서 인민군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려고 집요하게 책동하였다.

장성택놈은 심리과정에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하였다.》고 하면서 정변의 대상이 바로 《최고령도자동지이다.》고 만고역적의 추악한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놓았다.

놈은 정변의 수단과 방법에 대하여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간부들을 리용하거나 측근들을 내몰아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하였다. 최근에 임명된 군대간부들은 잘 몰라도 이전시기 임명된 군대간부들과는 면목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인민들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수 있지 않겠는가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내가 있던 부서의 리룡하,장수길을 비롯한 심복들은 얼마든지 나를 따를것이라고 보았으며 정변에 인민보안기관을 담당한 사람도 나의 측근으로 리용해보려고 하였다. 이밖에 몇명도 내가 리용할수 있다고 보았다.》고 꺼리낌없이 뇌까리였다.

장성택놈은 정변을 일으킬 시점과 정변 이후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였는가에 대하여 《정변시기는 딱히 정한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가 총리를 하려고 하였다. 내가 총리가 된 다음에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일정하게 생활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나의 만세를 부를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것으로 타산하였다.》고 토설하였다.

장성택은 비렬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제놈의 추악한 몰골을 리용하여 짧은 기간에 《신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수 있을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하였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매국노라는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다.

장성택의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인 죄악은 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심리과정에 그 가증스럽고 추악한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게 되였다.(…)

일단 정리해보자. 위 판결문의 실체적 진실 여부를 오차범위 100% 허위 ~100% 진실까지 최대치로 벌려놓고, ‘자신이 북한체제를 이해하고 있는 수준’에서 각자 한번 판단해보라. (똘똘한 사람은 똘똘하게 판단할 것이고, 띨띨한 사람은 띨띨하게 판단할 것이다).

필자는 위 판결문의 진실 비중을 최소 20% 이상으로 판단한다. 즉, 적어도 사건의 뼈대와 ‘실체'(fact)는 있었다는 말이다. 나머지 80%는 보위부에서 살을 붙인 것으로 본다. 

따라서 현영철 처형은 장성택 처형의 뒤를 잇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북한권력 내부는 장성택 사건의 후과가 계속 진행중이라는 뜻이다. 장성택 사건이 질량적으로 8월종파 사건에 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13년 7,8월부터 내사가 시작된 장성택 사건은 아직 ‘미완결’로 본다.

그런 각도에서 보면 국정원 통계로는 2012년 이후 70명 정도 숙청이라고 하니, 장성택 사건의 내상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 중이다. 북한에서 영도자 우상화만큼 중요한 사업이 어디 있겠는가? 중국, 러시아, 대남 관계 등등 모든 정책 사업은 우상화 사업에 밀리게 되어 있다.

우상화 사업은 이른바 영도체계 수립과 같이 가는 것이다. 영도체계를 수립하려면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중요한 사람들을 잡아서 심문하면 심문할수록 죽여야 할 사람이 더 나오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유일사상체계는 1960~80년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3,40년이 넘었다. 다시 말해, 앞으로 김정은에 의한 유일사상(영도)체계는 김일성·김정일 시기처럼 수립되지 않을 것이다. 수령절대주의는 김일성-김정일 시기에서 이미 그 효력을 다했다. 김정은이 유일사상(영도)체계를 과거처럼 세우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김일성 김정일)를 절대 버리지 못한다. 결국 김정은은 유일영도체계수립이라는 ‘과거의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과 미래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최후를 맞을 것이다.  

김정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고 쓰러질 것이다. ‘급변’이란 원래 그 누구도 예견을 못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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