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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북핵게임의 MVP는 북한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태우(사진) 박사는 17일 국가비상대책협의회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은 특유의 ‘정면돌파’와 ‘버티기’로 결국 체면과 실리를 모두 챙기게 됐으니, 평양으로서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할만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이날 “한반도에 불고 있는 ‘평화 바람’의 발원지는 워싱턴”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변신은 네오콘의 퇴장과 베를린 회동, 2·13 합의 등을 가져왔고,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던 북한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내걸었던 ‘3불(不) 원칙’인 직접대화 불용 원칙과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 불가 원칙,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해체(CVID) 이외의 타결 불용 원칙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미국이 CVID를 주장하던 시절 북한이 가졌던 선택은 ‘핵을 고수하고 벌을 받는 것’과 ‘핵을 포기하고 상을 받는 것’ 뿐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어중간한 핵해결의 대가로 모든 상을 받을 수 있는’ 제 3의 선택을 욕심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존 핵무기와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지키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핵생산을 포기한다는 약속만으로 많은 반대급부를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 김계관 부상은 부시 정부가 깔아주는 레드 카펫을 밟고 미국을 방문해 빨리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대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종료하라고 부시 대통령을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평양은 대남정책에서도 자신감을 느낄 여유를 가지게 됐다”면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평화 바람’은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문제는 북한이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평화 바람’은 대북지원 재개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만들고 있다”며 “아직 핵이 폐기되지 않았으니 대북지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하면 ‘수구냉전 세력’으로 내몰리기 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과 함께 개혁·개방 및 체제개선을 수용해야 한다”며 “북한이 민주화되고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면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을 이유가 없고, 체제 수호를 위해 핵무기를 가질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최대의 장애물은 체제수호에 목숨을 걸고 있는 북한의 지배층”이라며 “그들에게는 개혁·개방과 체제개선은 동독식 소멸이나 차우세스쿠식 죽음을 의미할 수 있다”면서 북핵문제 완전 해결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정부와 범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은 임기 말에 4년 임기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추진한 것과 같이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북한이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남한 ‘좌파정권’ 집권 연장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며 “회담만 하면 막대한 지원을 얻을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