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그프리드 헤커 전美국립핵연구소 소장

지그프리드 헤커 전(前) 미 국립핵연구소 소장은 12일 북한 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군축협상에 대해 “북한이 많아야 6~8개의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감축’은 성립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스탠퍼드대학 초빙교수인 헤커 박사는 이날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북한은 핵무기를 운반할 만한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헤커 소장과 일문일답.

–북한 측이 펼치는 ‘군축협상’ 주장에 대한 생각은.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를 운반할 능력을 가진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이 많아야 6~8개의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감축’은 성립할 수가 없다. 군축협상의 주요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의 사례를 보면 이들이 수 천개의 핵무기와 무기 운반체계인 미사일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는 큰 차이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상호적으로 무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농축 우라늄의 ‘동결’ 혹은 ‘폐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 문제도 분명 협상에서 큰 그림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미국이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농축 우라늄 시설은 원자로에 비해 훨씬 작아서 숨기기가 쉽다. 즉, 북한의 협조가 없으면 프로그램 제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논의를 통해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우라늄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인 방법이다. 또 사찰이 가능하도록 한 후에는 폐쇄 및 제거로 연결되게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증명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첫 조치는 무엇이 있나.

▲가장 쉬운 것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 플루토늄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원자로의 가동 중단은 자동차의 시동을 끄는 것처럼 간단히 이루어진다. 하지만 안에 연료를 두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꺼내야 하며 이 작업은 북한이 1994년을 비롯해 몇 차례 해봤기 때문에 1~2달이면 가능하다.

–그 다음에 가능한 조치는 어떤 게 있나.

▲9.19 공동성명에서는 다소 포괄적으로 언급됐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순서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북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전제 하에 말을 하자면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를 식힌 후 밀봉해 안전을 확보하고 북한 밖으로 반출하는 방법과 북한 내 어딘 가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필요한 조치는.

▲원자로의 해체도 동반되어야 한다. 사실 원자로는 커다란 건물과 같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는 것은 건물을 부분별로 떼어 내는 것과 개념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그것을 분해했을 때 나오는 부속 하나 하나가 방사능 물질이어서 안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 이미 여러 차례 이뤄졌던 일이며 북한이 갖고 있는 원자로의 해체가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던가 까다롭지는 않다고 본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재처리 시설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제약을 갖고 있지만 시설을 다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단기간 내 취하는 방법도 있다. 핵폐기가 완전히 달성되려면 무엇보다 핵무기의 해체가 있어야 하는데 외부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만든 당사자인 북한이 직접 해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무기의 핵심부품인 플루토늄은 금속 덩어리라 꺼낸 후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 안에 넣을 수 있고 이동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6자회담 당사국간 합의가 있다는 가정 하에 플루토늄을 외부로 반출하는 방법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지난 달 방북 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로 가동에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북한은 자연에서 채취한 우라늄을 연료로 이용하는 방식의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우라늄을 보호하는 관(管)이 마그네슘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문제는 마그네슘이 고온에서 쉽게 분해되고 부식돼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주기적으로 멈추고 관을 교체해줘야 했다. 즉, 가동 속도가 기술적인 이유로 늦춰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동적으로 연료 생산 속도도 늦추게 된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원자로 내 온도를 낮춰 마그네슘관을 더 오래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것이 원자로 가동을 중지하고 안의 연료를 꺼내는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이로부터 정치적인 함의를 찾아야 할텐데 그것은 외교관들의 몫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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