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부흥’ 과시한 중국

2009년은 중국 입장에서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는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60주년을 맞은 해이며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까지 불리며 국제사회를 주도할 만큼 높아진 위상을 실감한 해였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10월 1일 건국 60주년 기념 국경절을 맞아 베이징 도심에서 자국산 첨단무기를 총동원한 열병식 등 각종 경축행사를 거행하며 ‘중화부흥’의 위용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1840년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에 당한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중국인들은 경축 행사를 통해 세계에 조국의 발전상을 과시하며 스스로 세계의 주역으로 당당히 일어섰다는 것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


가까이는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인이여 일어나라'(中國人民 站起來了)고 외치며 새로운 중국의 탄생을 천명한 지 60년 만이며 멀리 보면 아편전쟁 후 170년 만의 일이다.


중국이 이미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징표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단적인 예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중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 사실상 주요 2개국(G2)으로서 국제적인 문제들을 자신들과 함께 해결할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성장했음을 시인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실제로 미.중 양국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북핵 및 이란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공동노력 ▲핵 비확산 시스템 유지 ▲기후변화 협약 회의의 성공 등 양자 현안보다는 국제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등 지도부가 모두 ‘G2란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세계 각국이 중국을 미국 다음 가는 대국으로 인정하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올해는 중국이 강력히 반대해 온 달라이 라마와 주요국 지도자 간의 면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역시 중국의 힘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간접적으로 증명해 준다.


2007년에는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08년에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나자 중국은 강력하게 보복을 가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독일과 프랑스가 먼저 나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전례가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 역시 방중 기간 “티베트는 중국의 영토”라고 중국의 손을 들어줬으며 방중을 앞두고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미국을 찾아온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뒤로 미뤘다.


올 한해 중국의 위상변화는 경제 쪽에서 두드러졌다.


중국은 세계 경제 특히 수출시장인 선진국의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경제성장률 8%란 목표를 사실상 달성했다.


이로써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이르면 2년 내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올해 금융위기를 통과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뿐 아니라 새로운 금융강국으로도 부상했다.


이제 국제금융계에서도 큰 소리를 낼 정도로 무섭게 성장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현행 국제금융 질서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금융위기로 달러화의 위상이 추락한 기회를 활용,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기 위한 각종 조치를 발 빠르게 취해 왔다.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서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 한해 미국채 매입과 세계 각국의 기업 인수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국제 경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한껏 높였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은 간단한 예에서도 증명된다. 비록 와전된 것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올해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추가 경부양책을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주식시장은 일제히 요동쳤다.


중국의 급부상은 외교 노선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겸허저음(謙虛低調)’과 문제가 생기면 적극 개입해 푼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병행하는 과거의 외교노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전방위 대국 외교 노선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이 공개석상에서 “중국이 국제체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각종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에서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이슈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중국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임을 강조하며 선진국을 압박했지만 최근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단위 기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한다는 목표치를 자발적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대한 원조규모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 160여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0.1% 규모를 원조해 왔으며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양허성 차관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은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가 세계은행(WB) 선임 부총재 겸 수석 경제학자로 선출된 데 이어 최근에는 허창추이(何昌垂) 박사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사무부총장에 선출되는 등 중국인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제무대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철저히 서구 중심인 뉴스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 주석의 지시에 따라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판 CNN’인 뉴스전문 TV방송 ‘중국인터내셔널TV'(CITV)의 본방송에 들어갈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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