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천안함 외교’ 안개속…내주 안보리 논의

유엔안보리 회부 이후 ‘천안함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는 정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유엔안보리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관련 추가 제재안이 채택됨에 따라 천안함 사건의 공식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중국 설득외교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러시아에 이어 중국에도 천안함 조사결과 검토를 위해 전문가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전문가를 파견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중국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도 8일부터 이틀간 방중, 천안함 외교를 벌이고 돌아왔다. 천 차관은 9일 “중국과 안보리조치 핵심내용에 대해 협의했다”면서도 “중국과 협의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해 중국이 뚜렷한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천 차관이 대북결의안 등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유엔안보리 대응 방식보다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등 내용에 관해 주로 협의했으나 중국은 기존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차관은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형식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정부가 계속해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중국에게 부담이 덜한 내용의 의장성명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을 최대한 설득해 대북규탄 내용을 담겠다는 의도이나 중국의 협조를 위해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차관이 방중에 앞서 “북한의 천안함 격침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는 실익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의장성명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사전협의를 거쳐 완성된다는 점에서 중국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의장성명이든 결의안이든 어떤 내용을 채우냐가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의장성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도 유엔안보리 대응방식에 대해 미묘한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어 소극적인 중국을 의식해 대북제재 수위를 한 단계 낮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안보리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4일 “안보리 대북결의 또는 의장성명 중 어느 쪽을 추진하려 하는지 확실치 않다”고 언급한 데 이어 7일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력한 성명을 기대한다”고 말해, 의장성명을 염두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췄다.


중국과 달리 전문가 팀을 파견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러시아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러시아 전문가 팀이 ‘천안함이 수중에서 외부 폭발로 침몰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민·군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밝혔지만 ‘북한의 공격에 의해 침몰 했다’는 한국 측의 결론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9일 천안함 침몰 원인에 관한 보고서를 7월 발표할 것이라면서 “모든 관련 정보를 살피기 전까지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때문에 러시아가 향후 안보리 협의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즉 러시아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기 전까지 안보리에서 북한의 어뢰에 의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을 전제로 협의가 이루어지면 러시아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자국 전문가 팀의 조사 결론이 나온 뒤에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6월을 넘겨 7월까지 안보리에서 천안함 사건을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방한해 우리측과 합의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하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면서 “러시아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지도부에 보고하는 절차를 감안했을 때 최종 결정을 내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3일 러시아를 방문해 천안함 관련 협조요청을 하고 돌아왔지만 대러 설득 외교에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민군 합동조사단은 10일 유엔을 방문해 이사국들을 대상으로 직접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북한도 8일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 명의로 ‘북한 국방위원회 검열단의 조사결과 확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안보리의장에 보낸 만큼 이르면 내주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