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반대로 느슨한 ‘의장성명’ 채택 가능성”

천안함 폭침에 대한 유엔안보리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총력외교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현재 유엔 대북결의안 1718과 1874의 제재를 받고 있고 무엇보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중·러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결의안보다 한 단계 아래인 의장성명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새로운 대북결의안 채택을 목표로 유엔에서 외교전을 펼쳤지만 막상 중·러의 반대에 부딪혀 이러한 목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현재는 안보리 의장성명에 목표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이 같은 입장변화가 감지된다. 정부는 천안함 대응 조치를 발표한 직후 안보리 대북결의안 채택이 1차적 목표라고 강조하다가 지방선거 전후엔 ‘형식보단 내용’이라며 ‘톤다운’을 예고했다. 이후 고위 당국자들은 ‘의장성명’이라도 대북 규탄내용이 포함되면 의미가 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중·러의 반대에 직면한 상황에선 결의안 도출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의장성명’ 형식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5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이 1718호와 1874호의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결의안은 도출이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의장성명은 구속력이 없고 결의안보다 완화된 규탄 내용으로 협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연구원 정은숙 수석연구원도 “의장성명은 중·러의 반대에 부딪혀 아무래도 완화된 내용으로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문구도 넣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안함=北소행’이라는 문구가 들어갈 경우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현재 중·러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에 대해 어느 정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로 지적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G8 공동성명 문안에 관련 협의 등을 통해 안보리 협의에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G8 공동성명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의 밑그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G8 성명은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직접적 규탄문구가 제외됐다. 따라서 안보리에서 중·러가 계속해 반대 입장을 보이면 의장성명 등의 문구는 합의를 위해 완화된 수준으로 발표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임이사국, 비상임이사국들과 긴밀히 협의 조율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G8 정상회의와 안보리의 논의 방법 및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안보리 이사국들 간 긴밀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면서도 “G8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포함된 천안함 사태 관련 문안은 안보리 논의에 어느 정도 반영 또는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