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관계복원보다 핵·미사일 개발 선택한 김정은

북한이 지난 3일 노동미사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1,000여km나 일본 근처로 날려 보냈다. 지난달 9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지난달 19일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 발사 등 지난달 8일 한미 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SLBM 발사나 노동미사일 고각 발사에서 보듯, 한미 양국이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효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역으로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확인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하나라도 더 들여오는 것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지만, 연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의 사드 배치 논리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사드 국면에서 미사일 발사 계속하는 북한

그렇다면,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미와 중러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을 때 북한에게는 두 가지 선택 방안이 있었다.

첫째,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강화되던 상황에서 한미와 중러의 틈이 벌어질 좋은 소재가 생겼으니 당분간 도발을 멈추고 친중, 친러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유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 때문인 만큼, 북한이 당분간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조용한 모습을 보이면 사드 배치를 결정한 명분이 궁색해진다. 여기에다 북한이 중국에 평화협정 논의 의사 등을 강조하게 되면,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일으키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를 비난할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북중 관계가 가까워지면 중국의 대북제재도 약화될 것이고, 이를 계기로 김정은도 중국 방문을 추진해 첫 북중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한미와 중러의 틈이 벌어진 만큼 이 기회를 이용해 핵,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서는 방안이다. 국제공조에 틈이 생겨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일사불란한 제재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 된 만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더구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예전에도 기껏해야 언론성명 정도가 채택되는 수준이었던 만큼,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어떤 발사실험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북한이 중러와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계속하는 북한을 감싸 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친밀한 관계를 연출하긴 했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핵,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수용하고 북중 친선관계의 전면 복원을 선언하기는 어렵다.

북중관계 복원보다는 핵, 미사일 개발 선택

결과적으로 북한은 두 번째 방안을 선택했다. 도발을 자제해 북중관계를 복원시키는 것보다는 핵, 미사일 개발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은 왜 두 번째 방안을 선택했을까?

한마디로 말해, 중국도 러시아도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 국면에서 북중관계가 가까워질 계기가 마련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이 바라는 핵개발을 용인해주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북한은 안다. 지금까지의 핵개발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일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에 공공연히 동참해왔던 국가였던 것이다. 또, 중국이 여전히 왕조적 전체주의에 머물러있는 김정은 체제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도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으로서는 지금 잠깐 중국에 잘 보이기 위해 도발을 중지하기보다 핵, 미사일 개발을 지속해 스스로의 힘을 길러놓는 게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국제공조의 틈이 생겼을 때,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길러놔야 김정은 체제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이 대미 타격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해서 북한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북한은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하다.)

사드 문제로 한미와 중러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북한은 앞으로도 미사일 능력을 발전시킬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의 경우 중러도 대북제재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득실 여부를 고민하겠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심화돼 주변국들이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심각성을 공유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마이 웨이’가 제어장치 없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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