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3대 난제 어떻게 풀까

미국 대선 레이스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이제는 실타래처럼 얽힌 중동지역 난제에 대해 오바마 당선인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란 핵프로그램 협상,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중동평화협상 등 해묵은 각 현안들이 `오바마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전환을 맞이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란 핵프로그램 중단 해법은 =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활동이 핵무기 제작에 악용될 수 있다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것 뿐이라며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

이란의 핵 문제는 이스라엘 및 중동평화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오바마 당선인도 후보 시절 강온책을 번갈아 제시하며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오바마는 적대국 지도자들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과는 달리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표명해 왔다.

대통령 임기 첫해에 조건 없이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쿠바, 북한의 지도자들과 개별적으로 만날 용의가 있다는 그의 발언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폄하됐지만 이란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 동원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미-이란간 냉기류가 단기간에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최근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매케인 중 누가 당선되든지 중요하지 않다”며 “누가 당선되든간에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대 대 이란 정책을 대폭 손질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 정.관계 내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의 강경한 입장도 오바마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쉽사리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못하도록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신문 기고를 통해 “취임 초기 3개월 동안 이란과 선의의 협상을 강도높게 펼치되 협상에 실패할 경우 곧바로 정권 교체나 군사 공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오바마로서는 이란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지원 등 많은 인센티브를 얻을 것이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이란에 대한 고립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고수하며 이란측과 직접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16개월 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공약대로? = 오바마 당선인은 당선되면 취임 후 매달 1∼2개 여단씩 16개월 이내에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토화된 미국 경제가 이라크 미군 철군 문제보다 더욱 다급한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과연 오바마가 공약을 지킬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라크 관리들도 미군의 조기 철수를 바라긴 하지만 오바마가 당선됐다고 해서 조기 철군에 대한 기대를 더 키우는 분위기는 아니다.

호시야르 지바리 외무장관은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 7월 오바마가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미군 철군과 관련해 어떤 성급한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국과 이라크는 2011년까지 이라크에서 미군을 완전철수하는 안보협정 합의안을 놓고 현재 최종 조율 중이다.

오바마가 공약에서 내세운 시한보다도 더 오랜 기간 미군을 주둔시키는 내용의 이 합의안은 이라크 내부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지만 미 협상단 역시 합의안 수정에 난색을 표하며 양보의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유엔이 위임한 미군의 이라크 내 활동 시한은 오는 12월 31일 만료되기 때문에 안보협정 합의안이 연내에 이라크 의회 비준에 실패할 경우 미군은 당장 이라크에 주둔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안보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군사적 수단을 강조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오바마가 `공약 준수’와 `미군 주둔 연장 묵인’이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중동평화협상 결말은 = 부시 대통령이 임기 내 타결을 목표로 진행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 문제도 오바마 당선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협상 당사자였던 이스라엘의 올메르트 총리가 부패 혐의로 지난 9월 총리직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의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졌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팔레스타인 측은 오바마가 답보상태에 있는 이-팔 평화협상을 본 궤도로 되돌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오바마의 당선을 팔레스타인인의 이름으로 축하한다”며 “팔레스타인 문제 및 이스라엘-아랍 분쟁의 해결이 세계 평화 유지에 핵심인 만큼 중동 평화협상이 조기에 타결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매케인보다는 친이스라엘 성향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단숨에 협상 타결의 해결사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오바마는 “가장 확고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안보가 중동 전략의 제1의 원칙”이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눠 갖는 분할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다.

히브리대 중동학과 모쉐 마오즈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부시와 달리 중동평화협상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사 파견 보다는 오바마 본인이 직접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갖는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