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결심’ 언급한 정부, 국민설득 방안 준비됐나

남북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개성공단 운영에서 한국이 배제되고 북한이 단독 운영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다.

북한 측 실무협상 대표는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면서 “개성공업지구 협력 사업이 파탄 나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개성공단 재개가 무산되면 공단 뒤로 물러선 2군단을 전진 배치하고 남측이 관리해온 제반 시설과 기업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도 ‘중대결심’을 언급하며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존폐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었다.

북측이 그동안 제시해온 재발방지 문안은 ‘그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업지구의 정상 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군사적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남측의 정치·군사적 행위 때문이며 남측의 군사훈련을 핑계 삼아 언제든지 개성공단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협상태도만 보면 북한은 개성공단의 정치적 이용에 미련이 많아 보인다. 남측의 자유언론을 상대로 ‘최고 존엄 모독’을 트집 잡거나 매년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것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협박에 떠밀려 협상장에 나왔지만, 북한은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해줄 생각이 아직까지는 없다. 결국 회담 결렬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협박하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외부적 요인으로 개성공단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지만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 실무단의 경직된 협상 태도 배경에는 ‘최고 존엄 모독을 이유로 공단을 중단시킨’ 스스로 만든 덫이 작용하고 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국장 같은 실무자가 나와서 ‘이러한 이유로 공단을 중단시킨 것은 잘못이다’고 인정할 수 없을뿐더러 ‘향후 최고 존엄 모독을 이유로 개성공단 중단은 없다’고 합의해줄 리도 만무하다.

결국 김정은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동안 보여준 태도만 보면 절묘한 타협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지난 2년간 체면과 성과를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해왔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세부적인 행정이나 명분과 실리를 주고받는 외교에는 관심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러한 지도자 밑에서 앵벌이식 대남사업에 경험 많은 노(老) 간부들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면서도 개성공단의 유지 여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에 이끌려 공단 폐쇄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단단한 대북원칙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아직 다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햇볕정책의 ‘지원하고 협력하면 북한도 변한다’는 가설의 실패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경협 같은 기능주의적 접근은 어느 정권에서나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지금 북한의 태도가 말해주고 있다. 다만 개성공단이 지난 10년간 공단 노동자와 개성 거주자, 북한 주민들에게 준 긍정적 영향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