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드라마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았던 중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서도 풍기문란 엄단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해왔다. 또한 단속 대상 우선 순위에 중학생(우리 중고생에 해당)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요즘 중국영화에서 나오는 지나친 애정행각이나 폭력조직을 모방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이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면서 “등하교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생이 아닌 보안원(경찰)이 직접 소지품 및 가방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 “5월 초 평성시에 소재한 중학교 남녀학생들이 집단으로 목욕탕에서 방탕한 행동을 하다가 단속을 당한 일이 있는데, 이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중국 영화에서 남녀가 입 맞춤을 하고 집단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여파로 각 학교에서는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중국 드라마도 시청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 학교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런데 단속이 일선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보안원들이 중학생들을 직접 불심검문 하는 단계로 확대되면서 주민들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더 심각한 것은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칼부림을 하는 장면을 보고 이를 따라하는 범죄도 발생했다”면서 “당국이 외국영화가 청소년들 범죄를 부추긴다며 중국 영화와 드라마 단속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학부형회의와 인민반에서도 ‘지나친 사랑표현과 복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제공해주는 영화라면 설사 그것이 중국영화라고 해도 한국드라마를 본 것으로 보고 엄격히 처벌 한다’는 내용의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08년 양강도 혜산시 위연동에서는 외국영화를 본 청소년들의 남녀 간 애정행위가 시발점이 된 살인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준 바 있다. 이 사건은 16세 여중생이 남학생과 연애를 하던 중 아버지가 이를 단속하고 과도한 애정행위를 꾸짖고 폭행을 가하자, 이 여중생이 술취한 아버지를 도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일로 보안서에 체포된 두 남녀학생은 외국영화에서 청소년들이 하는 연애를 따라했을 뿐인데 아버지가 이를 과도하게 문제삼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 집권 이후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주민들이 중국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특히 수년전부터 중국 영화나 드라마가 북한에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한국 영화보다 완성도가 떨어져 인기가 없었으나 최근에는 북한 주민들의 각광을 받는 중국 드라마가 즐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식통은 이러한 한국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단속을 중국 영화로 확대하는 배경에 대해 “외국영화에서 나오는 일부 과도한 표현도 문제이지만, 위(당국)에서 사회기강을 잡기 위한 통제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