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짜 고민’은 北붕괴·난민·대량살상무기 확산

중국의 대북 경제진출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북한에 채굴권과 수송망 이용권을 얻어서 북한경제에 깊이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위는 어느 정도 순수 경제적 입장으로 설명될 수도 있지만 경제 이익보다 중국의 대북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중국의 대북 진출에 의해 한반도 북부에 친중국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세월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친중국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 분단이 앞으로도 수십년 연장될 수 있으니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남한이 경제력도, 군사력도 약해서 중국의 대북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남한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선견지명이 있는 전략으로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이 신흥 제국주의 국가이니까 한반도의 국토와 자연자원에 대한 야심이 있다는 주장이 많이 들려온다. 물론 중국이 제국주의 경향이 없진 않지만 현 단계에서 실제 대외 침략을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심각한 국내 사회적 모순을 고속 경제성장을 통해 극복하려 하고 있으며, 대외관계의 안정을 고속성장의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기 때문에 대외 모험을 피하는 편이다.

그래서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의 대북 진출을 패권주의적 행보라기보다 방어적 조치로 볼 것 같다. 북한의 자연자원과 수송망에 대한 통제를 실시한다기 보다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도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입장에서 보면 남한은 중국의 대북 진출의 가능성을 막아내는 전략이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대북 진출에서 중국이 치러야 할 전략적 대가를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대북 진출 필요성을 완화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진출을 줄이는 정책은?

중국이 대북 진출을 검토하는 이유는 장래 북한붕괴에 의해 유발될 혼란, 대규모 피난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자신의 영향권 확대나 지하 광산물에 대한 통제를 원하지만 북한사회를 개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남한이 북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면 중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바꿔 말해 북한에서 내부적인 위기가 시작될 경우, 남한이 북한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의지와 결정력을 표시하면 중국측도 대한민국을 북한의 운명을 결정할 세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한은 북한 내부에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다. 먼저 남한 정부는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북한 인민들에게 같은 민족의 국가인 남한은 강대국인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다. 북한에서 중국의 진출을 환영할 세력은 북한 간부 계층뿐이다. 그들은 남한에게 흡수통일이 되면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김父子 시대에 저지른 수많은 범죄 및 인권침해로 인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친중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남한에 흡수통일되는 것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본 칼럼난을 통해 제안해온 ‘일반사면’과 같은 조치를 통해 간부계층이 갖고 있는 공포감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또 다수의 서민들이 남한에 흡수되는 것을 강력히 원할 경우 사회적 혼란 시기에 간부계층만 이에 반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북한 사정을 고려하면 남한이 북한 인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가난하고 자유가 너무 제한된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은 천국처럼 보인다. 그래서 남한의 현실을 여러가지 통로를 이용하여 북한에 계속 알려주면 북한 서민들은 남한에 대한 동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를 북한 주민에게 주는 방법은 북한당국자들의 허락을 받는 ‘합법적’ 문화교류를 통해서 할 수도 있고, 평양 당국자들이 싫어하는 대북방송을 비롯한 ‘비합법적’ 수단으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김정일의 사망이나 다른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북한 체제가 치명적인 위기에 빠질 경우, 북한 서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원하고 중,하급 간부계층들도 흡수통일을 별로 무섭지 않게 생각하며,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도 서울 당국자들이 과중한 통일비용에도 불구하고 북한 땅에서 치안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굳이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한 ‘대북 진출’ 같은 비상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최근의 경향을 보면 중국의 ‘대북 진출’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이지 않은 남한의 정치 의지이다. 서울의 대북정책의 기본 목적은 통일이라기보다 ‘흡수통일을 피하는 것’이다. 그동안 남한은 통일이 야기할 막대한 비용과 심각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공포 때문에 통일정책보다 ‘분단관리 정책’을 해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책은 중국의 대북 간섭을 자초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친중정권이 탄생한다는 것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모든 것이 다 끝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친중정권의 탄생은 실패라기 보다 새로운 싸움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친중정권은 권위주의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북한과 같은 스탈린식 사회주의는 효율성이 너무 낮아서 현대세계에서 생존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 북한체제대로 가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기본적인 요구마저 충족시킬 수 없다. 중국은 북한의 위성정권에 원조를 제공할 경우에도 무기한적으로 매년 40~50여 억 달라씩 보낼 의지는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친중정권이 시장개혁을 통해 경제를 회생하도록 노력할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만약 현 북한 서민들의 생활개선을 최고 목표로 여긴다면 이것은 참 좋은 소식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에 이러한 개혁 조치는 기적과 같은 효과를 냈으니 북한에서도 비슷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비록 중국의 위성국가이지만 수 십년 동안 고생한 북한 서민들은 마침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 저고리를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경제개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개혁개방을 하게 될 위성정권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개혁개방 정책은 정치적, 사회적 자유화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 주민들이 통행증 없이 다른 군(郡)으로 가지 못하고, 해외로 편지도 보내지 못한다면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김정일 정권은 이러한 자유화가 초래할 정치 영향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개혁개방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친중정권은 주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완화해도 중국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자유화를 시도한다 해도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부자 시대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개인적 자유를 마련해줌으로써 북한에서 내부 민주화 운동이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줄 것이다.

‘탈김 시대’는 자유와 번영의 시작

구소련의 역사를 보면 1950년대 말 자유화 이후 소련 내부에서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이 형성될 수 있었다. 스탈린 시대 당시 체제에 대한 비판은 곧 ‘자살’을 의미했지만, 1960~70년대 소련 당국자들은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공산주의 사상이나 정부를 욕한다고 해도 별로 문제 삼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반체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활동의 자유가 있었다. 개혁개방된 북한도 이와 비슷해져서 파업, 노동조합 활동, 반체제 문예 작품의 확산 등은 지금은 상상도 못하지만 역시 가능할 것이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을 독자들은 일종의 ‘냉소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시나리오에서 친중정부와 그 관리들은 개혁이라는 ‘더러운 일'(악역)을 해야 한다.

동유럽과 소련의 경험이 뚜렷이 보여주듯이 국가 사회주의를 개혁하는 과정에서는 심각한 모순과 주민들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체제가 무너질 때 30세를 넘은 북한 사람 대부분은 새로운 현대사회에 맞는 능력과 지식이 모자라기 때문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주로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물질적 소비생활이 지금의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깊은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소련의 체제전환 경험을 고려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물질적인 풍요에 쉽게 익숙해진다. 또 무너진 가치관 때문에 오랫동안 적지 않은 불만을 품고 산다. 현재 러시아 서점에 가 보면 과거 스탈린 정책을 찬양하는 도서가 너무나 잘 팔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책을 사서 읽는 사람 대부분은 비록 지금이 구소련 시대보다 물질적으로는 잘 살고 있지만 붕괴된 소련제국 그리고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사회체제를 그리워한다.

‘탈김'(탈김정일) 북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예를 들어 영어와 컴퓨터를 모른다는 이유로 기술자에서 청소부로 전락한 45세 북한 남자를 생각해보자. 그는 북한체제 붕괴와 흡수통일 후에 과거 도급(道級) 당 간부도 상상하지 못할 중고 승용차를 타고 매일 돼지고기를 풍족하게 먹게 될 경우에도 ‘기술자’라는 잃어버린 과거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때문 불만을 느낄 것이 확실하다.

흡수통일의 경우 이러한 불만의 대상은 불가피하게 자유민주주의 정치와 시장경제가 된다. 반면 친중국 정권이 수립될 경우 사정이 다를 것이다.

첫째로,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부자 국가’인 남한의 생활보다 김부자 독재시대에 경험했던 고생과 비교하니까 불만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둘째, 불만의 대상은 민주적으로 선거된 정부가 아니고 초강대국의 지지로 정권을 유지하는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통일한국에서는 소외감과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우리가 그 어리석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탐욕스러운 남조선 놈들 때문에 이처럼 좋지 않다”고 하겠지만, 친중국 정권에서는 “우리가 완벽한 민주주의와 참된 시장경제를 실시하지 못해서 김정일 시기부터 남아있는 탐욕스러운 간부들 그리고 중국 놈들 때문에 이처럼 좋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중국의 간섭은 환영하기 어려운 것이다. 흡수통일은 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남북 격차를 제일 빠르게 극복해서 참된 통일을 이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조성할 수 있다. 남한은 올바른 대북 정책으로 중국의 대북진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도 친중정권의 탄생은 북한 서민들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