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통한 대북 압력 행사?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규탄 반응을 두드러지게 보도하고 핵실험의 문제점, 전통적인 북.중 관계 및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짚어 보는 등 종전과는 사뭇 다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의 하나인 북한의 핵실험 실시에 대한 이런 보도 태도는 중요 문제에 대한 언론매체의 논조가 기본적으로 당.정의 방침과 노선을 벗어날 수 없다는 중국적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중국이 언론을 통한 대북 압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이론지 광명일보,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일보,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 등은 10일 북한의 핵실험 실시와 중국 외교부 성명 발표 소식 외에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반응을 눈에 띄게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국제사회, 북한 핵실험 신속 반응’ ‘북한 핵실험 보편적으로 규탄’이라는 제목으로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 노무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관련 국가 및 국제기관 최고 지도자들의 논평을 실었다.

특히 광명일보는 ‘국제사회 북한 핵실험에 강렬한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일본, 한국, 러시아, 영국 등 주요 국가의 반응을 싣는 동시에 ‘핵실험은 북한에 안전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한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작년 9월19일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적으로 한 약속을 파괴, 배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평화.안녕을 파괴해 동북아의 긴장을 격화시켰고,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는 행위이자 역사의 조류에 거역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광명일보는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 개시 전 약 반세기 동안에는 평화와 안녕을 누렸으나 핵무기 개발 시작 후 오히려 국제 압력과 정세 긴장을 느끼게 됐다는 게 “우리가 본 사실”이라며, “분명한 점은 핵실험이 북한에 안전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만약 조선이 진정으로 자국의 안전을 고려한다면 정세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하는 동시에 현재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폐기하고 가급적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정부가 국제적으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이 약속을 반드시 준수해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해야만 북한은 진정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의 일부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온 중국의 국제영향력에 대한 실제적 도전이자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이끌어낸 ‘9.19 공동성명’을 휴지로 만든 행위라면서 전문가 등의 의견을 빌려 북.중 관계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짚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 양국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간 내에 극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시더(金熙德)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 겸 한국연구센터 상무이사는 중국 외교부의 신속한 성명 발표는 중국이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고 일관된 한반도 비핵화정책과 책임 있는 대국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진 소장은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미국, 한국, 일본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전통적인 중.조관계 및 원래의 대(對) 한.미.일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학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북한 핵실험이 양국 관계에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고, 선지루(沈驥如)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핵실험이 중.조관계에서 하나의 시험이 되겠지만 단기간 내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콩 문회보는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한반도 비핵화 촉진, 북한의 경제발전과 곤란 극복 협조가 중국의 한반도 문제 처리 출발점이라면서 핵실험으로 인한 ‘엄중한 결과’를 피하려면 북한이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행동을 중지하고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중국의 일부 싱크탱크가 고위층에 ‘김정일 포기’ 및 북한의 다른 ‘건강세력 지원’을 건의했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전면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비해 대북 금수 및 북.중 국경 전면봉쇄를 통한 북한 난민의 대량 유입 방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중국 이익을 보장받는다는 전제 하에 기타 국가와 협력해 북한정권의 현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이 관측통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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