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국 체류과정에서 겪은 심각한 인권유린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열렸다.
이날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 발간을 기념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선영·조효민·이민선 씨 등 3인의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겪은 인권유린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다. 특히 이들은 인신매매로 중국인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겪은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증언했다.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재중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당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우리의 딸들이 중국 사람들에게 팔려나가고 있다”면서 재중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의 심각성을 알렸다.
앞서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통일부의 후원으로 2011년 5월부터 8월까지 중국 현지에서 126명의 재중 탈북자들을 만나 설문조사·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후 이를 토대로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를 발간했다.
이 단체는 인신매매를 경험한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을 약간 넘는 64명(51%)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족이 개입한 인신매매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4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은 탈북자 3인 증언의 주요 요지.
이민선 (가명, 중국 흑룡강성 2003~2009년 거주)
“어린 아들과 함께 탈북했다. 경제적인 수단이 없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들을 키우기 위해 중국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시집을 갔다. 하지만 그 중국인 남편은 정신병이 있었다. 일을 하지도 않았다. 사람을 못 알아볼 때도 있다. 그 사람에게 죽도록 구타를 당했다.
그 사람과 딸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나와 북한에서 데리고 온 아들, 그리고 낳은 딸은 무국적자였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었지만 호적에 등록돼있지 않았다. 호적이 없는 사람들은 벌금도 받는데, 벌금 낼 돈 조차 없었다. 아이들을 키울 경제력이 없어서 한국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의 고아원으로 아이 둘을 보냈다.
아이들이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를 찾아가 잠시 머물렀는데, 남편의 밀고를 당했다.”
오선영 (가명, 중국 길림성 1998~2008년 거주)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중국을 통해 장사를 하는 것으로 살고 있었는데 이것이 죄가 돼서 보위부에서 체포영장이 나왔다. 그래서 딸 하나와 함께 탈북했다.
중국에서 일을 하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통상 임금의 1/3 정도 밖에 못 받았다. 중국 두만강변에서 돌을 주어가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구걸하기도 했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 모녀를 팔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중국 남자와의 선 자리에 나가지 않는다고 심한 매질을 당했다. 구타로 내 이 7대가 나갔다.
중국돈 7천 위안을 벌어 연변에서 여관을 잡았는데 조선족이 나를 밀고했다. 중국 공안들에게 붙잡혔는데 그들이 ‘돈이나 건사 잘해보라’라면서 비닐 조각을 건냈다. 남은 돈 1500위안을 모두 가져갈 수 없어서 5백 위안 정도를 비닐로 싸서 자궁에 숨겼다.”
조효민(가명, 중국 길림성 2001~2007년 거주)
“남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 탈북했다. 중국에서 3개월이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중국 남자와 결혼했다. 중국 남편이 애를 낳으면 조선으로 돈을 보내 준다고 해서 애를 낳았다. 애를 낳았지만, 남편이 가을 추수 기간이 지나면 돈을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병아리·돼지 등을 키워서 돈을 벌었다. 우리 가정경제에도 쓰고, 북한에도 돈을 보냈다. 그렇게 생활이 조금 나아지니 중국 사람들이 시기했다. 중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이 중국으로 건너와 잘 살면 좋아하지 않는다. 밀고를 한다. 그래서 체포돼 북송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