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주중대사가 2일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지난 10년간 소위 ‘북한통’ 전문가나 교수 출신이 맡아 온 대북 사령탑에 전문 외교관 출신이 임명됐다.
김 내정자는 1973년 외교부에 입부한 뒤 외무부장관 비서∙보좌관·동북아2과장·의전담당관 등을 거쳤으며, 1995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국장, 1997년 외무부장관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 의전 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청와대 안보수석비서관을 거쳐 200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주중 한국대사를 지냈다. 주중 대사 재임 기간만 무려 6년5개월이다.
김 내정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수석, 주중대사 등을 지낸 것을 두고 보수층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낙마한 남주홍 교수에 비해 이제까지의 경력이나 전문성에 있어서 논란의 소지는 적어 보인다.
일단 김 내정자의 통일부 장관 발탁은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추구할 대북정책의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4강외교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중국통’인 이 내정자는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 북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최일선에서 추진할 수장으로서 긍정적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대북 정책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면서 남북관계도 ‘국제적 시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3∙1절 기념사에서도 “남북관계는 민족문제이자 외교문제”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자주외교를 강조하면서 ‘남북문제는 곧 민족문제’라는 입장에서 접근한 것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김 내정자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서 다년간 대사를 역임한 경험이 높이 평가되는 분위기다. 김 내정자가 구축한 중국 내 대북라인을 유지, 활용해 북핵문제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수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발표 직후 김 내정자에 대해 “외교부 내 명실상부한 중국 전문가”라며 “주중대사 재직 중 북핵외교, 탈북자 문제, 고구려사 왜곡 등 각종 현안문제에 대한 뛰어난 대처 능력을 보였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통일부 내에서는 외교부 출신인 김 내정자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외시 동기(7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으나, 향후 정부의 대북 정책 결정이 외교부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더 확실히 시사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외교안보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서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 때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교부 출신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
대북전문가들은 핵계획 신고를 두고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중국통’인 김 내정자의 발탁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 내정자가 중국 고위 외교관계자들과 ‘인맥’을 통해 대북문제의 핵심인 북핵문제의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중국대사를 오랫동안 역임했기 때문에 북핵 6자회담에 정통한 소식통과 북중관계에 밀접한 상당한 인맥이 있을 것”이라며 “북핵문제에 가장 밀접한 외교 관계자”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 연구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특히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강조해왔는데 ‘중국통’인 김 내정자의 발탁을 통해 외교 밸런스 차원에서 균형을 맞추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6자회담 모멘텀 유지와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김대중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했고, 다년간 중국대사의 경험으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을 소상히 꿰뚫고 있을 것”이라며 “특히 김 내정자가 중국에서 북한과 관계된 인맥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남북관계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외교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통일부 고유의 대북 업무가 외교부의 인맥 논리에 경도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대성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원은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북 인권’ 등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에서 ‘햇볕’에 보조를 맞춰온 김 내정자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 안보연구원은 특히 “북핵문제를 두고 미북간 정치적 협상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김 내정자가 미국에 ‘할 소리는 하는’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