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결정 유감스럽다

중국이 2월 초 선양에서 체포된 탈북자 31명을 북한으로 강제북송했다고 동아일보가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탈북자들이 평안북도 신의주와 함경북도 등으로 송환돼 보위부 감옥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양 체포 탈북자(24명)에 대해서는 데일리NK가 지난달 처음 보도했고 이후 국내외의 관심의 초점이 되면서 전 세계적인 송환 반대 운동이 진행돼왔다. 


이들의 북송 여부는 아직 공식적인 확인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국제적 비난을 우려해 송환 사실을 당장 밝히지 않을 것이 분명한 데다 우리 정부도 이날 송환 보도가 나온 뒤에야 관계부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도 선양 체포 탈북자 가운데 일부가 북송됐다는 첩보를 전부터 입수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북한 내에서는 ‘조국을 배반하고 중국으로 도망간 뒤 한국행을 시도한 반역자들이 이미 체포돼 들어왔다’고 선전됐다. 


중국의 탈북자 송환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을 포함해 전세계적인 북송 반대 요구를 깡그리 무시한 반인권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지탄 받아 마땅하다. 이미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체포된 탈북자 중에는 한국에 가족이 있는 미성년자와 노인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최소한 이들이라도 송환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가족과 인권단체의 요구조차 외면한 것은 중국 정부의 인권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권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탈북자 북송 원칙을 내세운 중국 정부라 해도 국제적인 반대 여론이 커진 가운데 북송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시간을 끌어서 여론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릴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전격적으로 송환 결정을 내린 것은 탈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자 인권이나 체면보다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산물로 해석된다.


중국의 탈북자에 대한 처리가 북한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현 상황을 단기간에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번 사안을 통해 더 분명해졌다. 우리 정부가 향후 동북아 안보와 경제협력을 위해 중국 정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하지만 탈북자 정책만큼은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혀 국제적인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북한의 태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우리의 대응 원칙도 분명하게 잡아가야 할 것이다.


송환 탈북자의 운명은 이제 북한 당국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탈북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선례를 보면 한국행을 주도한 핵심 탈북자는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탈북자에 대해 유독 엄벌에 처하겠다는 방침을 내려왔기 때문에 그 이상의 극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대사령(사면)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발생한 탈북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운동은 이제 송환된 탈북자의 생명을 지키는 활동과 병행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각종 채널을 통해 북한에 탈북자의 인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미국 정부에도 대북 협상에서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처우 요구가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과 식량지원 협상을 전개하고 있는 당사자가 로버트 킹 대북인권 특사인만큼 식량 지원을 탈북자 문제와 연계할 수 있는 여지도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탈북자 북송 저지 운동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조기 송환을 결정했다면 이는 명백한 오류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엔과 각국 정부의 동참을 이끌어내 중국 정부가 송환 탈북자의 처벌에 부담을 느껴 오히려 북한에 선처를 당부하도록 탈북자 구출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제 믿을 것은 우리의 행동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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