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에서 채택됐다.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화물을 검색하고 항공유 수출을 금지하며 북한의 석탄 수출에 제약을 가하는 강도 높은 제재들이다. 면책 특권을 인정받던 북한 외교관의 행태도 들여다보겠다고 하고 북한 은행의 해외지점 개설도 금지된다. 북한의 운신 폭을 상당히 제약할 수 있는 조치들이 결정된 것이다.
강력한 유엔 결의안, 효과낼 수 있나?
유엔 결의안은 회원국들이 모두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지닌 만큼 이번 결의안이 북한의 목줄을 죌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지만, 과거 수차례의 유엔 결의안이 북한에 심각한 아픔을 주지 못했던 전례를 되짚어보면 낙관은 일러 보인다. 구속력 있는 유엔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 결의안 채택이 제재 효과로 바로 연결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결의안 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엔 산하의 북한제재위원회가 결의안 이행 여부를 감독한다고 하지만, 어떤 국가가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문제가 된 국가가 결의안 위반을 순순히 인정할 지도 불투명한 데다, 그 나라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려면 해당국에 대한 제재안이 안보리에서 또 논의돼야 하는데, 단순한 결의안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가 결정되기는 쉽지 않다. 북한제재위가 193개 회원국 모두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주변국의 제재 실행 의지가 중요
결국, 유엔의 제재 결의안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해당국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해당국이 결연한 의지를 갖고 제재를 실행하겠다고 할 때 제재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특히 제재대상국의 주변국이 제재에 적극적일 경우 효과는 배가된다. 북한의 경우 중국이 제재 이행에 얼마나 의지를 가지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다행히,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결의안의 내용을 주로 미국과 중국이 협의했으니 결의안을 마련한 당사자로서 결의안 이행을 약속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제재안 이행에 결연한 의지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중국은 계속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주장해왔고,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계속된 안정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한반도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대화 없는 제재가 계속되고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제재 결의 이행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강경한 제재만을 부르짖는 것이 능사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 제재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중국을 설득해야 중국이 대북제재에 계속 동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도 정부는 대북제재와 별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두 사안이 연계돼가고 있는 만큼 어떤 선택을 할 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어렵게 만들어낸 대북제재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비협조로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다.
전략적으로 ‘대화의 문’도 열어놔야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라는 말을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올렸다. 아직 대화에 무게를 두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정부가 대화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줬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차제에 대화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조차 어려워진 정부 내 분위기는 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이라는 것이 대화와 제재의 양 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 제재에 핵심적인 중국의 제재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전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