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김영환 수사로 전근대적 사법제도 시위하나

북한민주화운동가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한국인 3인이 3월 29일 중국 다롄에서 랴오닝성(遼寧省) 국가안전청(우리 국정원)에 체포돼 50여 일 동안 강제구금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양총영사관은 “중국 사법당국이 김영환과 한국인 3인을 ‘국가안전위해죄’로 랴오닝성 국가안전청에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신원이 확인된 김영환 위원에 대해서만 변호인을 선임해 접견신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나머지 세 명의 한국인은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구금돼 있는지 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 등에게 중국 형법상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왔으나 구체적인 이유나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15일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 등의 신병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도 즉답을 피했다.


현 단계에서 중국 국가안전부가 어떤 경위로 김 위원을 체포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이유건 간에 북한인권운동가를 입국 6일만에 납치하듯 체포해 두 달 가까이 변호인 조력도 받지 않은 상태(영사접견만 1회 허용)에서 비밀수사를 전개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의 법 관념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함께 체포된 한국인 3인은 아직까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사법절차를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스스로 영사 접견을 거부했다’는 중국의 말까지 믿기는 힘들다. 중국 영토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국가위해죄라는 간첩에 준하는 어머어마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 이 사실을 본국에 알리고 방어권을 보장 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마치 짜맞춘듯 우리 외교부의 보호를 거부했다는 국가안전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것의 없을 것이다. 중국 수사기관의 폭력이나 협박, 강압적 수사기법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주장이 모함이라면 중국 정부는 당장 이들의 신변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혹을 씻어야 할 것이다. 


중국 사법당국은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 중국 변호인을 통한 접견 신청을 기각했다. 우리의 30-40년 전 사법 현실을 재연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중국 사법당국의 이러한 행태는 스스로 사법제도의 전근대성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유 불문하고 최소한 국제법적으로 부당한 변호인 조력 없는 장기 구금, 비밀조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김 위원은 자신이 만든 민족민주혁명당을 스스로 해체한 이후 저술, 강연, 기고 등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주장해온 이론가형 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김 위원은 최근 펴낸 저서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과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한중 우호관계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최근 한 강연에서 국내 과도한 반중여론을 우려할 정도로 한중 우호관계를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한다. 이러한 김 위원이 중국의 안전에 위해되는 활동을 전개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 사건이 북한과 관련된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심을 갖게 된다.


또한 김 위원이 체포된 장소는 다롄이지만 랴오닝성 국안은 그를 선양(瀋陽)에 위치한 본청이 아닌 접경지역 단둥(丹東)으로 끌고 갔다고 석방 대책위 측은 밝혔다. 국가안전위해죄로 한국인을 체포한 뒤 굳이 북중 접경지역으로 끌고가 수사를 진행하는 사실은 북한 보위부의 관련 가능성을 더 높이는 부분이다.


단둥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반탐(反探)요원이나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요원들에게 일종의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러한 가능성을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만에 하나라도 중국 당국이 북한 보위부의 요청이나 협력을 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이는 묵과하기 힘든 사태라고 볼 수 있다. 김 위원 체포와 수사에 북한이 개입했다면 이는 한중간, 남북간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사건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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