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北정권 구조작전’에 돌입했나?

얼마 전까지 필자는 ‘한반도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대답했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 사람들은 외부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엘리트들의 주민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북한정권이 무너지면서 독일식 흡수통일로 가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필자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생각에 의심이 생기곤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대북한 진출의 본격화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대북 진출이 날로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에 대북 투자액은 8천5백만 달러에 달했다. 이것은 그리 큰 수치가 아니지만 2000년에 비하여 거의 50~60배로 급증한 것이다. 무역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2005년 무역액은 14.8%가 늘어나 15억8천34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다.

이러한 중국의 대북진출은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

물론 중국기업은 북한에 순수 경제적 측면에서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북한이 싼 노동력과 자연자원을 가진 나라인데, 중국 기업이 돈을 벌 생각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최근 본격화된 중국의 대북진출이 순수한 경제적 동기라는 주장은 의심해볼 근거가 있다. 적어도 3가지에서 의심이 간다.

중국의 대북진출 최종목적은?

첫번째, 북한이라는 나라가 생겼을 때부터 북한과 교역한 국가들은 돈을 벌지 못했다. 소련이나 중국, 구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의 대북교역은 순수 무역보다 ‘무역으로 위장한 원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북한은 이러한 교역 형식을 자연스럽게 생각했고, 상호 이익의 원칙이 중시되는 무역은 거의 하지 않았다. 오늘날 북한에 투자한 남한기업들은 이 사실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중국기업이 북한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려운 것이다.

두번째로 의심스러운 점은 중국의 대북 진출이 본격화된 지 불과 3-4년이 되었는데, 만약 중국기업이 북한에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왜 2001년 이전에는 안 갔을까 하는 것이다.

세번째, 북한에서 돈을 벌 수 있으면 왜 다른 나라 기업들은 중국을 따라 가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중국만큼 북한과의 경제협력 경험이 많은 나라인데, 대북 무역이나 투자는 옛날 그대로 미미하다. 중국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왜 러시아 기업이라고 그것을 모를까?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의 대북 진출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판단은 불가피한 것이다. 중국기업의 대북 진출을 계획, 통제, 촉진하는 세력은 중국 정부이며, 이 진출의 최고 목적은 북한에 대한 영향을 확대하고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는 것이다.

중국은 北 붕괴 원치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체제 붕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물론 중국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이 모두 이러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동북아의 안정이 필요한 러시아와 일본은 북한붕괴와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정치, 경제, 사회 혼란을 피하면 좋겠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모스크바나 도쿄는 한반도 문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은 이들 국가와 또 다르다. 현재 상황에서 한반도의 통일이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국은 남한에 의한 통일을 문제로 본다. 제일 중요한 점은 통일한국에 미국의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압록강 맞은 기슭에 미군 기지가 생기는 것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 국내에서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또 하나의 공산주의 간판을 걸고 있는 정권의 붕괴를 외교 문제뿐 아니라 국내의 안정을 약화시키는 사건으로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붕괴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문제다. 러시아와 일본에 비교하면 북한 붕괴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더 심각하다. 러시아나 일본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안정되고 분단된 한반도를 제일 좋은 시나리오로 보지만, 이들 국가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기 위한 재정을 투자할 의지가 없다. 하지만 중국은 이들보다 한반도 문제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는 바람직한 시나리오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1, 2년 전부터 北정권 구조작전 돌입

북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매년 20~40억 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돈이 계속 나오면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못살지만 굶어죽지는 않고, 정권의 기둥인 경찰, 군대, 중앙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특권이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또 북한정권의 생존 조건인 쇄국정책을 계속할 수 있다. 물론 최근 10~15년 사이에 변화된 사회를 완전히 가꾸로 돌리기는 힘들겠지만, 이러한 조치는 정권의 존재를 연장해주는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성장률이 높은 중국에게 20~40억 달러는 결코 거액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대북 무역과 투자 통계를 보면 이같은 중국의 ‘북한정권 구조(救助)작전’은 이미 1~2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생각된다.

중국의 대북 진출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면 이 지역의 미래는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의 원조로 말미암아 평양 당국자는 최근 15년 동안의 국내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앞으로도 중국의 무조건적인 원조가 계속 되면 북한 정부는 필요한 경제, 사회적 개혁을 피해 정권을 연장해갈 가능성이 높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의 진출 때문에 북한 체제 붕괴의 가능성이 대폭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남한(엄밀히 말하면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남한 엘리트 일부) 그리고 북한 엘리트는 비슷한 목적을 공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 3개 세력은 모두 북한붕괴를 막거나 연기할 것을 희망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의 장기적인 목적은 서로 모순적이다. 정말 동상이몽이다.

남한에서 대북 정책을 결정하는 ‘햇볕파’의 최종 목적은 개혁을 통해 북한의 경제를 살리고 남북 격차가 점차 좁아지도록 함으로써 나중에 나라의 통일을 위한 조건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 중국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최종 목적은 북한이라는 단독 국가를 완충지대로 하여 무기한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완충국가에서 정권을 유지하는 세력이 공산주의 간판을 이용하면 더 좋다.

北정권, 中 활용하면서도 조심

평양은 날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현 단계에서 북한 집권층이 중국의 무조건 원조를 중요한 생존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진출이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지 모른다. 중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북한을 후원하는 것이 별 부담이 아니겠지만 영원히 무조건 원조를 계속하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식 경제와 아주 비슷한 경영 모델을 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 중국은 개혁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중국도 북한에서 개혁이 시작되도록 힘을 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김정일이나 김정일의 후세자를 우두머리로 하고 그 전통을 계속하는 정권은 도움보다 방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50-60년대에 소련은 동유럽 공산권에서 소련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대중의 지지를 잃어버린 정부를 정치적, 군사적 방법으로 교체시킨 적이 있는데,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면 같은 시나리오를 검토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평양 집권층은 중국의 진출을 이용하면서도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식을 들어보면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엘리트들은 이 위협을 깨달아서 친중 세력을 제한, 통제하려고 한다.

북한 정권이 개혁을 피하는 이유는 중국식 개혁이 시작되면 정권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필자도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경제적 성과와 정치적 자유를 알게되면 자신의 체제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 동독사람들처럼 통일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의 후원을 받는 북한정권은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오랫동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소련이 지배했던 동유럽 공산권의 역사를 보면 이같은 유감스러운 결론을 확인하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원래 공산권 국가에서 공산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와 이러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유고나 동독의 사상적 경향은 좀 달랐지만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대부분의 공산권 주민들은 자신의 정부를 정당한 정권으로 보지 않았고 자신의 경제체제가 서양식 시장 자본주의를 능가하지 못한다고 깨달았다. 그래도 거의 20년 동안이나 정당성을 잃어버린 정부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소련이 동유럽 정권을 후원했기 때문이다.

공산권 주민들이 여러 사건을 통해 배운 사실은 정부를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하면 소련군 탱크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소련은 무기로만 이 지역을 통제하지 않고 여러 가지 재정 후원도 많이 제공했다. 그래서 공산권 주민들이 정부를 반대한 적이 없진 않았지만 소련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기 전에는 친소 정권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북한에서 친중 정권이 형성되면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내 반정부 운동을 힘으로 진압해줄 것으로 믿는 동시에,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향상된 북한 주민들은 70년대 체코 주민들처럼 쓸데없는 참견 말고 자신의 일이나 하는 것을 제일 현명한 생활 전략으로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北, 옛날엔 中-蘇 이용, 지금은 中-南 이용

물론 중국이 북한을 ‘위성국가’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은 가까운 장래에 형성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진출은 벌써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 진출로 말미암아 북한 정권은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물질적인 기반을 얻었을 뿐 아니라 더 교묘한 외교를 하기 위한 환경이 형성되었다.

북한의 역사를 보면 원래부터 지나친 군사화와 그릇된 사회관리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낮은 편이었다. 북한 경제를 수십 년 동안 생존하게 한 요인은 외국 원조뿐이었다. 1990년대 초 구공산권 붕괴로 이러한 원조는 갑작스럽게 중단되었고 북한경제의 붕괴를 초래했다. 1990년 이전 북한의 후원자는 주로 구소련과 중국이었다. 이들이 북한에 원조를 계속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련과 중국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평양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또다시 두 개의 경쟁 후원자를 조종하는 교묘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 후원자는 중국, 또 하나는 남한이다. 중국의 개입에 우려가 심해지는 서울은 북한과 사업할 때 어떤 조건을 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은 옛날에 자신이 소련에 요구한 기술이나 물건을 무료로 못 받을 경우, 비슷한 물건을 중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함으로써 소련을 공갈 협박한 것이 다반사였다.

지금 북한은 중국과 남한 사이에 이러한 전략을 다시 이용할 기회가 생겼다. 북한은 물론 중국과 남한을 둘 다 무섭게 보지만, 이들 위험한 후원자들 사이에 균형을 조절하는 방법을 중소(中蘇) 갈등 때부터 잘 터득해왔다.

중국의 진출은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대북 영향력을 많이 약화시킨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주로 원조제공 여부를 통해서다.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도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받기 위한 극단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원조가 계속 흘러 들어오는 조건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안 나온다고 해서 별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래서 핵무기도 경제적 보상을 위한 압력수단보다 순수 군사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됐고, 또 미국의 입장을 더 쉽게 무시할 수 있게 됐다.

햇볕정책을 실시할 때부터, 아니 공산권 해체 때부터 남한은 북한의 미래가 이미 결정된듯 행동해 왔다. 그들은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통일로 인해 남한 정부나 주민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는 형태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바꿔 말하면, 남한 정부는 자신들이 한반도의 상황을 장기적으로 장악,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오판이었다.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잠재력를 가진 세력은 서울 뿐만이 아니다. 최근까지 확실하게 보였던 남한 주도의 통일은 중국의 지정적인 개입으로 인해 문제가 드러날지 모르게 되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초빙교수, 역사학 박사

<필자 약력>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생(1963)
-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
-김일성종합대 유학(조선어문학과 1986년 졸업)
-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
-호주국립대학교 한국사 교수(1996)
-저서 : <북한현대정치사>(1995)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From Stalin to Kim Il Sung 2002) <북한의 위기>(Crisis in North Kore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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