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쏠리는 북한

“북한이 갈수록 중국에 쏠리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신년 벽두부터 중국을 찾은 것은 이 시점에서 북한에 중국이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물론 북한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이른바 ’위조지폐’ 사건으로 미국의 총공세에 직면해있다.

최소한 자위권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핵개발 문제와 달리 명백히 국제범죄에 해당하는 위조달러 제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위조달러 제조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불법행위 단죄와 그와 관련된 금융제재 조치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지라는 점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공개한 미국으로서는 북핵 6자회담과 분명한 선긋기를 하며 강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묘수’를 구사해야할 필요를 느낀 듯하다는게 현지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단순히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6자회담 테이블에 나가서 않겠다는 정도의 카드로는 미국의 공세를 피해갈 수 없는 국면임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얘기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확증’을 갖고 있다는 미국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경우, 증거의 확인여부를 떠나, 북한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전면전이나 굴복을 선택해야 하는 외교적 국면조성이 가장 우려스런 대목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때보다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게다가 중국은 이른바 위조지폐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위폐문제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해 표면화된 만큼 중국도 직접 관련국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반 요원들이 조만간 마카오를 방문해 그동안 미 행정부가 수집해온 북한의 위폐 제조 및 유통과 관련해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위폐문제에 중국도 일정정도 책임이 있는 상황을 북한측이 적절히 활용해 적극적으로 중국에 기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이라는 국제적 협상을 주도하는 중국의 입장을 생각해볼 때도 자신들에게 기대는 북한의 무조건 부담스럽지는 않다. 위폐 문제에 있어 ’신축적인 방안’을 도출해낼 경우 다시한번 협상의 모멘텀을 부활시킨 중국의 역할이 부각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북한을 결국 제5차 6자회담의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과 비슷한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북한의 ’중국기대기’는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북핵 사태이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꾸준히 높여왔다. 특히 미국과의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대(對) 북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후 주석의 방북 당시 중국은 북한과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에 조인했다.

이 협정은 중국이 북한에 20억달러 규모의 장기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자원개발과 기초시설 분야 건설에 중국기업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당시 두 정상간 만남에서는 과거와 사뭇 달라진 수사들이 동원되며 양국의 우호가 재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피로써 맺어진 전우관계”라거나 “세대와 세기를 이어 끊임없이 공고발전”이라는 말로 북중관계를 표현하자 후 주석은 “동지들과 벗들”을 언급하며 “전통을 이어받아 미래를 개척”하자고 호응했다.

한때 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들어섰을 때 북중간의 맹방관계가 다소 흐트러질 것이라는 예상을 무색케하는 친밀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돈독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공세를 피해나가려는 북한의 의도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의 계산이 맞물려 북한의 ’중국기대기’는 앞으로도 더욱 자주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외교가의 전망이다./상하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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