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성노예로 팔려가는 北 여성들

8월 태국 이민국으로 연행된 탈북자 175명 가운데 여성이 136명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했다.

매년 국내에 입국하는 여성 탈북자 수도 2000년 이후 급격히 증가, 남성 탈북자 수를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1천383명 가운데 여성이 961명(69.5%)을 차지하는 등 2004년부터는 여성이 남성의 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탈북여성이 증가하는 것은 북한에서 실업자의 상당수가 여성이고, 당국도 사회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성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면서 중국에까지 돈벌이를 나오는 ‘경제 유민’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또 남한 입국 후 사회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으며 ‘입국비용’을 잘 갚아 탈북 브로커들이 선호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여성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제3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는 등 온갖 수난을 겪는다.

중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탈북 여성은 범죄의 마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하더라도 취업, 결혼, 교육 등 탈북 여성들을 기다리는 어려움은 계속된다.

◆중국서 성노예로 팔려 가는 여성들 = 30대의 탈북 여성 A모씨는 입국 전 중국에서 내몽골 초원으로 팔려갔다.

그곳에는 50대의 중국인 형제 3명이 살고 있었고 A씨는 강제 노역과 성착취의 대상이 됐다.

또 20대의 탈북 여성 B모씨는 중국 선양의 농촌에 사는 40대 남성에게 팔려가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5개월 간 붙잡혀 있다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렇게 어떠한 법적 지위도 없는 ‘사회적 최약자’인 재중 탈북 여성들은 성착취, 장기매매, 매혈(賣血) 등 범죄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다.

탈북자단체인 숭의동지회의 최청하 사무국장은 “탈북 여성들은 중국돈 2천위안(약 24만원)에 팔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중국에 친척이 있거나 가족과 동반 탈북하는 경우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나올 때 성 착취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 공안의 검열 속에 임금을 떼여도 하소연할 길이 없고, 생계 유지를 위해 성매매의 유혹에 스스로 빠져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잠깐 돈벌이를 나왔다가 성매매의 죄책감에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행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요즘에는 한족, 조선족과 함께 일부 탈북자도 인신매매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면서 탈북자가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는 탈북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탈북 여성의 이러한 경험은 본인에게 큰 고통이 될 뿐 아니라, 국내에서 탈북 여성들을 향해 ‘문란한 북한 아줌마’라는 선입견까지 생겨 이중고로 작용한다.

한 여성은 “가족과 떨어져 의지할 곳 없이 오래 지내다보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남한서 이혼도, 재혼도 안되는 상황 = 30대 D모 여성은 “북한에 있는 남편과는 이미 이혼을 했는데 지금 남한에서는 법적으로 인정이 안돼 재혼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탈북자는 북한에서 결혼을 한 경우 남한에서 재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사 북에서 이혼하고 왔더라도 이혼증명서가 오지 않아 이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작 북한에서는 탈북한 배우자는 2∼3년 후 행방불명자로 처리돼 이혼과 재혼이 인정되지만, 중국에서는 물론 남한에서도 탈북 후 5년이 지나 사실상 이혼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탈북자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의 숙원이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중국에서 동거하다 자식을 두고 입국한 경우 중국인 남성의 협박에 시달리거나, 북송된 남편이 죽은 줄 알고 동거를 시작했는데 뒤늦게 남편이 돌아오는 등 결혼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탈북자 입국 시 국가정보원 진술을 바탕으로 미혼, 기혼 여부를 가리지만 입국 후 이혼이나 재혼 문제에 대해서는 법 정비 없이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이혼도 안되고 재혼도 안되는 상황은 곧바로 가정불화로 이어져 사회 부적응을 초래하기도 한다.

숭의동지회 최 사무국장은 “현재 300여 건의 탈북자 이혼.재혼 소송이 법원에 계류돼 있다”면서 “이곳 남성과 동거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부부로 인정받지 못해 가정파탄의 빌미가 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자녀를 둔 탈북 여성이 동거할 경우 배우자 호적에 자녀를 올릴 수 없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

불안한 가족관계 속에서 크는 아이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취학연령이 됐을 때 ‘아빠 없는 아이, 아빠와 성(姓)이 다른 아이’라는 편견 속에서 괴로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법적인 보호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동거 가정의 불안함이 자연스레 자녀의 사회 적응에 장애요소가 된다는 지적이다.

◆’문화 충격’속 자녀교육 어려움 = 2002년 입국한 E모 여성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 중에서 가장 큰 점은 자녀들 교육에 관한 것”이라며 “과외를 보내야 할지, 학원을 보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입국한 탈북 여성에게는 자녀 교육이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다.

이들은 남한 사회의 교육열 속에서 ‘너는 탈북자 꼬리 안달게, 3류 인생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과잉교육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남북한 교육과정과 내용이 다르고 3∼4년의 탈북 과정에서 정규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자녀들의 학교 적응은 쉽지 않다.

탈북 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윤상석 팀장은 “탈북 청소년은 대부분 제 나이에 맞춰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수 년 간 학습공백이 생겨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힘들고 또래문화에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탈북과정에서 불안정한 생활과 사회적 편견은 탈북 청소년들에게 정신적인 외상으로 작용, 사회를 향한 불신이나 배신감을 낳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탈북 여성은 “우리 애가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 친구들이) 같이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며 학원을 보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왕따’까지 당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많은 탈북 여성들은 험난한 여정 후 남한에 온 뒤에도 사회의 편견, 재정적 어려움, 자녀 교육 등을 홀로 떠맡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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