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TV가 北 주민 `개안'”

값싼 중국산 TV가 수십년간 외부와 격리된 북한 주민들의 눈을 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국경을 넘어와 북한에서 비밀리에 유통되는 컬러 TV와 각종 불법복제 비디오, DVD 등이 ‘세상으로 향한 창’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중국산 TV의 영향력에 대해 WP는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의 다양한 경험담을 소개했다.

2년전 남편, 아들과 함께 탈북한 40세의 한 여성은 “북한에서 제임스 본드가 나오는 비디오를 시청할 때마다 방을 이불로 감싼 뒤 소리를 최대한 낮췄다”며 “영화를 시청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김정일 정권이 인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어촌에서 거주했던 이 여성의 가족이 중국산 TV를 손에 넣게 된 것은 북한의 경제개혁조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2년 북한 정권이 제한적인 경제개혁조치를 실시함에 따라 어촌 주민들은 생선을 시장에 팔 수 있게 됐고, 현금을 손에 쥔 주민들은 가장 먼저 컬러 TV와 비디오를 구입했다는 것.

TV를 갖게 된 주민들은 얼마있지 않아 보따리 상인에게 할리우드 영화나 홍콩 영화, 한국 드라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문할 정도로 재미를 붙였다는 게 이 여성의 경험담이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교역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국경 단속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든 북한 주민들이 중국산 TV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중국 국경 인근지역에선 비디오와 DVD 입수가 용이하고 서부해안 지역은 한국 라디오와 TV 방송 전파에 노출돼 있지만, 북한 내륙지역은 아직도 외부세계와 단절된 상태라는 것.

함경북도 출신인 한 탈북자는 “2년 전 북한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북한으로 돌아오면 장군님이 용서할 것’이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며 “동생이 우물안 개구리 신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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